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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험관·인공수정 없이도… 난임의 새 해결사 '나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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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점액 분석해 임신 유도… 부부 심리 상담·치유도 함께 진행

결혼 3년 차 김유나(38)씨는 지난 24일 오후 여의도성모병원 분만실에서 아기를 품에 안았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3.3㎏, 건강한 공주다. 김씨와 남편은 지난 2년 동안 불임 부부로 난임 치료를 받았지만, 아기를 얻지 못했다. 임신 7주 만에 태아가 유산되는 아픔도 겪었다. 불임 클리닉에서는 나팔관 한쪽이 막혔으니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자고 권했으나, 김씨는 자연 임신을 원했다. 이에 여의도성모병원을 찾아 자연적 임신 요법 '나프로'(natural procreation) 방식으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 없이 자연 임신으로 잉태된 아기를 낳은 것이다. 이 요법은 최근 미국과 가톨릭계 국가에서 점차 인기를 얻으며 확산하고 있다.

자연적 요법으로 난임 해결

조선일보

여의도성모병원이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설한 나프로 진료실에서 불임 부부들이 임신과 출산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26쌍에서 7명이 임신에 이르렀다. 김씨는 나프로 2호 출산 산모다. 첫 번째 아기는 지난 2일 태어났다. 현재 나프로 임신율은 약 30%로 시험관 아기 시술 성공률과 비슷하다. 임신 7명에는 40대 여성도 있고, 인공수정 실패 경험자도 있다.

자연적 임신 나프로 요법의 핵심은 여성이 배란기에 접어들면 여성 스스로 질에서 나오는 점액을 정밀하게 분석해 배란일을 정확히 알아내면서 점액 건강도를 높이는 것. 여성들은 매일 점액의 색깔, 투명도, 점도, 끈기 등을 각자의 차트에 기호와 수치로 표기하고 기록한다. 이 방식은 미국에서 수십 년간 이뤄진 점액 성상과 배란 호르몬 비교 연구로 표준화·객관화돼 있다. 병원은 산부인과 교수와 전담 간호사를 미국에 있는 나프로 요법 본산 '요한 바오로 6세(1970년대 교황) 인간생식 연구소'에 수차례 연수를 보내 이 진료 방식을 들여왔다.

조미진 전담 간호사는 "여성들은 점액 성상 교과서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점액 상태를 표기하는 교육을 받는다"며 "그 점액 차트를 의료진과 함께 분석하면 배란과 임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질의 점액은 정자에 영양분을 제공하고, 헤엄 속도를 높여서 난자와 잘 만나도록 하는 후원자와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의료진은 점액 상태를 보고 비타민B6 등 점액 향상제를 투여하기도 하고, 배란 관련 호르몬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불임 부부는 임신 실패에 따른 스트레스를 겪다가 부부 관계가 깨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에 나프로 방식은 주기적인 부부 심리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으로 돈독한 부부 관계도 지원한다.

건강한 임신 출산 환경 유도

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불임 부부에게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 비용을 최대 300여만원 지원한다. 일부 불임 부부는 자연 임신에 대한 노력 없이 바로 시험관 아기 클리닉을 찾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의 임신 지원 정책은 초기 암을 말기 암 치료하듯 하라고 돈을 대주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 기관 입장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자연 임신 진료와 상담 등에 적정 진료비가 책정되지 않다 보니, 인공수정 시술에 매달리게 된다. 우리나라 불임 부부들은 자연 임신 노력을 하며 기다리기보다는 단박에 결과가 나오는 인공수정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산부인과 의사들은 전한다.

나프로 진료가 활발한 미국이나 대만의 논문 데이터를 보면, 불임 부부 40% 정도가 아기를 얻는다. 이영 산부인과 교수는 "불임 치료의 목적은 단순히 임신을 위한 의료 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치유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 있다"며 "꼭 나프로가 아니더라도 자연 임신 시도와 요법에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프로(자연 임신 요법)

자연 임신 선호(natural procreation)의 합성어. 여성 스스로 질 점액을 분석 관찰해 배란일을 예측하고 배란 관련 호르몬 변화를 감지한 다음 최적의 수정 상태를 만들어 임신을 유도하는 방식을 말한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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