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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빚 내 집 사느라··· ‘가계 여윳돈’ 4년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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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살림살이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집을 사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빌린 탓이다. 반면 정부 자금 여유는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표만 보면 국민은 더 가난해졌는데, 정부는 부자가 된 것 같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6년 중 자금순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계 및 소비자단체 등 비영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70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3억7000만원(25.2%) 크게 줄었다. 2012년 69조50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순자금운용액은 가계가 예금·보험·주식 등으로 운용한 자금(자금운용)에서 은행 대출 등 빌린 돈(자금조달)을 뺀 금액이다. 금융자산 중 ‘여유자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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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여유자금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주거용 건물 투자액은 91조8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7조1000억원(22.9%) 늘었다. 박동준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가계가 지난해 신규주택을 구입하느라 금융기관 등에서 자금조달을 많이 해 여유자금이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집 살 돈 빌리느라 여유자금이 줄어든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에서 소비가 얼마만큼인지를 따지는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71.1%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정부의 주머니 사정은 그나마 나았다. 지난해 순자금운용 규모는 34조원으로 전년보다 13조9000억원(69.2%) 급증했다.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세수가 예상보다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동원해 집값을 띄운 탓에 양도소득세도 크게 늘었다. 정부는 세수가 얼마나 들어올지 예측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649조447억원이다. 2000~2015년 국가채무 증가율은 11.5%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5%)보다 훨씬 높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정부의 곳간이 두둑해졌다기보다 모두 어려운데 상대적으로 정부 형편이 나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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