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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필리핀 '30년 민주주의' 붕괴…두테르테, 권위정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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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경찰군 부활 움직임…지자체 선거도 폐지

뉴스1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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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시민혁명을 통해 민주화를 이뤄낸 지 30년 만에 필리핀에 다시 '권위주의' 회귀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적 제도를 통해 당선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 의해서다.

AFP통신은 29일(현지시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범죄·부패 척결 대응책의 일환으로 사형제 부활, 계엄령 선포 등을 엄포하면서 민주주의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으로 권위주의가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정계를 '빠져나가야 할 늪'으로 정의하며 인기를 끌었듯이,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닐라 정계를 '제국적 마닐라'라고 비판하며 정의롭지 않은 것들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독재시절 정적들을 억압하는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였던 필리핀 경찰군(Philippine Constabulary·경찰과 군대가 결합한 형태)을 재도입하고 보안군이 영장 없이 수색·체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모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시행했던 정책이다.

1965년 대통령에 당선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정부 전복 세력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1972년 계엄령을 선포, 언론을 장악하고 정적을 억압하는 등 1986년까지 21년간 장기집권하며 독재정치를 했다.

1986년 '민중의 힘'(People Power) 민주화 시위 끝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필리핀은 30여년간 혼란 속에 민주적 제도를 재건해 왔다. 그 민주정치가 다시금 뒤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바랑가이 단체장의 40%가 마약에 연루돼 있다"며 오는 10월로 예정된 기초 지방자치단체 '바랑가이' 선거를 연기하고 단체장을 직접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선거를 폐지하고 선출직 단체장을 자기 입맛대로 지명하겠다는 얘기다.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마닐라 소재 라샬대학교 법대 학장을 맡고 있는 호세 마누엘 디오크노 교수는 "현재 필리핀 상황은 30년 전 경험한 권위주의 정부 형태에 아주 가깝다"면서 "오늘날 일어나는 일들과 마르코스 독재시절 발생한 일들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디오크노 교수는 특히 마르코스 시대와 비슷한 특징 중 하나로 '공포 정세'를 손꼽았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의 위협을 명분으로 독재정치를 정당화했다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범죄·마약과의 전쟁을 근거로 권위주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yeou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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