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마음속에 소녀상 세우고 싶다"

"일본 정부가 잘못을 사죄하고 위안부 할머니 등 약자를 돕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9일 낮 12시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인근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참석한 한 일본인 남성이 입을 열었다.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온 나카이 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천주교 신부는 더듬더듬 우리말로 수요집회에 참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나카이 신부는 "4년 전 일본에서 우연히 본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한 할머니가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가 이익이나 돈을 원해서가 아니라 일본이 스스로 지은 죄에서 해방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약한 사람을 희생시켜 만든 사회 시스템으로 다시 힘없는 사람을 억압하고 있다"며 "한국민에게 대신 사과하고 싶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1년 전 한국에 와서 탈핵과 미군기지 반대운동, 서울 위안부 수요집회에 참석해온 나카이 신부는 "지난 1년은 한국인의 아름다운 마음을 만나는 시간이었다"며 "자신의 상처를 통해 타인의 상처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회고했다.

나카이 신부는 "소녀상은 위안부 할머니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한다는 의미의 상징적인 존재"라며 "일본 정부가 잘못을 사죄하고 위안부 할머니 등 약자를 돕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주에 일본으로 돌아간다는 나카이 신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퇴진운동을 벌이며 만나는 일본인 마음속에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지난해 2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열린 14차례의 부산 수요집회에 일본인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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