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개헌 위해 '대학 무상교육'까지 들고나온 아베 정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헌법을 개정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을 무상화한다.”

개헌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대학교육 무상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상당수 가정이 자녀의 교육비때문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과 국민의 찬성을 얻기 쉬운 사안을 개헌 항목에 집어넣어 개헌 장벽을 넘어보자는 계산이 그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고등교육의 무상화를 실시하자는 주장은 보수 성향의 야당인 일본유신회에서 처음 나왔다. 헌법 개정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유신회는 ‘의무교육의 무상화를 정한 헌법 26조를 바꿔 유아기 교육에서 고등교육까지 무상으로 하겠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일본유신회는 “헌법에 규정함으로써 고등교육의 무상화를 안정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유신회의 이런 안에 아베 총리가 호응하고 나섰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20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헌법이 보통교육의 무상화를 명시해 의무교육제도가 시작됐다. 고등교육도 모든 국민들에게 열려있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대학교육 무상화에 대한 의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아베 정권은 대학교육 무상화라는 뜨거운 이슈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 헌법에 손을 대는 것 자체를 꺼리는 일본 국민들에게 ‘개헌이 필요하다’거나 ‘개헌이 그렇게 어렵고 무거운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현재 일본 국민들은 헌법 개정이 그렇게 급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헌 이슈가 제기된 지난 1월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서 “개헌 관련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56%)는 의견이 “서둘러야 한다”(35%)는 의견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육 무상화 방안에 대해서는 민진당·공산당 등 야당은 물론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노우에 요시히사(井上義久) 공명당 간사장은 지난 1월 대학교육 무상화와 관련, “현실적인 장학금 확충 등을 착실하게 추진하는 것이 지름길”이라며 대학교육 무상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학교육의 무상화와 개헌은 관련이 없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니시하라 히로시(西原博史) 와세다(早稻田)대 교수(헌법학)는 “현행 헌법은 교육의 무상화를 금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학교육의 무상화를 위해) 헌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고 29일자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나카가와 리쓰(中川律) 사이타마(埼玉)대 준교수(헌법학)도 “(고등교육의) 무상화라는 정책 목적을 실현하는 것과 헌법 개정 사이에는 합리적인 관련이 없다”면서 “(아베 정권이)노리는 것은 (대학교육의) 무상화가 아니라 개헌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아베 정권이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면에는 일본이 전쟁과 무력행사를 포기하고 육·해·공군 등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9조를 바꿔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변신시키겠다는 야욕이 숨어 있다. 아베 정권은 헌법 9조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가 높은 점을 고려해 먼저 긴급사태조항이나 대학교육 무상화 등의 항목을 추가하는 식으로 개헌을 추진한 뒤 나중에 헌법 9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