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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세월호 인양]“유골” 발표 5시간 만에 “동물뼈”…가족들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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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된 신발도 작업용으로 확인…해수부, 혼선 사과

선체 천공작업 놓고도 장관·인양추진단 엇박자 발언

경향신문

28일 4대 종단의 미수습자 조기수습기원제가 반잠수식 선박 인근에서 열리고 있던 상황에서 세월호 조타실 옆을 받친 반목 쪽(네모 표시)에서 뼛조각들이 발견되자 작업자들이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진도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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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해양수산부가 28일 선체 외부에서 발견한 동물뼈를 섣불리 사람뼈로 잘못 발표해 혼선을 빚었다. 이는 성과를 내보이고 싶어 조급해진 해수부가 제대로 확인조차 않고 서두른 때문이다.

해수부 당국자는 당초 ‘발견된 뼈들을 미수습자 유골로 볼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수습된 피해자들 중에도 시신 일부를 못 찾은 이들이 있어 쉽게 판단할 수 없으리란 지적과는 대조적이었다. 특히 윤학배 차관이 이날 미수습자 가족에게 직접 찾아가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기에, 일각에선 같이 발견된 신발 등 유류품이 확실한 증거가 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불과 5시간도 못 돼 가족들은 황당한 결과를 받아야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증 결과 동물뼈로 확인됐는데, 그것도 돼지 발뼈 등으로 추정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뼈의 개수도 당초 발표된 6개가 아닌 7개로 바뀌었다. 국과수 관계자는 “당초 발견된 유골의 크기를 듣고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다”며 “동물과 사람의 뼈는 크기에 차이가 있는데, 사람의 뼈라 하기에는 너무 작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주변에서 왜 동물뼈가 발견됐는지는 해수부도 아직 답을 못 내놓고 있다. 화물칸에 동물을 실었다는 내용은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다. 일각에서는 식재료이거나, 화물차에 신고하지 않은 동물이 실렸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이 소식은 유골의 DNA 검사를 위해 국과수 관계자들과 동행하던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바로 전해졌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해수부의 혼선에 “경황없고 놀랐다”며 29일 아침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벌어진 해프닝은 내부 혼선이 벌어지고 있는 해수부의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앞서 해수부는 오락가락 입장을 번복한 끝에 결국 세월호 선체 천공작업을 포기한 바 있다.

해수부는 그간 세월호 내에 차 있는 바닷물을 빨리 빼 무게를 덜고, 육상 거치 등을 쉽게 하기 위해 천공작업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김영석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내 기름이나 물을 추가적으로 빼기 위해 천공을 내지는 않기로 했다”며 “불필요한 천공으로 논란이 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천공을 우려하는 가족 측의 입장을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해수부 인양추진단 측은 이날 저녁 “화물칸 등 총 32곳에 직경 10㎝의 소형 구멍을 뚫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관과 인양추진단의 발언이 엇갈리자 다시 해수부는 28일 “천공작업을 취소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해수부의 혼선으로 미수습자 가족들은 고통을 겪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세월호의 유실방지책을 더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수부는 당초 인양작업을 진행하면서 유실 방지를 위해 여러 대책을 세워놓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의 개구부(창문 등 열려 있는 곳)에 유실방지망을 설치했고, 선체가 누워 있던 해저 주변에도 높이 3m의 사각펜스를 쳐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동물 뼛조각은 유실방지망이 아닌 곳에 있었다.

4·16연대 측은 향후 반잠수식 선박 위에 유출된 펄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할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해수부 측은 “선수 쪽은 펄이 적어서 뼛조각이 발견됐는데, 선미 쪽은 아직 접근을 안 한 상태”라고 밝혔다. 선미 쪽에는 세월호에서 나온 펄이 선두 쪽보다 더 쌓여 있어, 이곳에서는 향후 실제 미수습자들의 유골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용하·진도 | 배명재·노도현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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