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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50년來 최저 美주택소유율…장기적 경제 저성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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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미국 주택 판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 경제의 장기 저성장이 지난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대폭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기준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강화된 기준에 따라 부동산 대출의 고삐를 바짝 조이자 미국인들이 집을 덜 소유하고, 업자들도 주택을 덜 지으면서 주택이 더이상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인구조사국을 인용해 작년 4분기 미국인들의 주택 소유율은 63.7%로 거의 50년만에 최저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주택 건설 붐이 한창이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69.2%이나, 경제학자들이 장기 평균수준으로 꼽는 65%에 비해서도 낮은 것이다.

지난해 4분기 미국인들의 자가 주택 소유율이 떨어진 데는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과거에 비해 엄격해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가계는 물론 주택업자들도 은행에서 주택을 사거나, 집을 짓기 위해 돈을 빌리기가 한결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젊은 세대가 과거에 비해 결혼과 출산을 늦추고 있으며 ▲주택 재고 물량 또한 부족한 것도 주택 소유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물론 이러한 엄격한 대출기준 강화는 주택담보대출 미상환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은행들이 부동산 시장이 들썩 거리던 지난 2007년 이후 소득 수준이 기준치에 못 미치는 고객들을 상대로 이른바 서브프라임 대출을 해줬다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WSJ은 일부 전문가들을 인용해 담보대출 미상환율이 낮아도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 초만 해도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12%가량이 제 때 상환되지 않았으나, 이러한 비율은 지난해 3분기 현재 5.1%로 떨어졌다. 이는 은행이 위험 수준이 낮은 고객들을 상대로도 대출도 꺼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신문은 전했다.

올해 1월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건수는 연환산 기준 55만5000건으로 한달 전에 비해 3.7%, 일 년전보다는 5.5% 각각 증가했다. 매물로 나온 신규주택수는 26만5000채로 일년 전에 비해 11% 증가했다. 8년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하지만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집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AP는 지난달 25일 분석한 바 있다.

부동산 컨설팅사인 로센 컨설팅 그룹은 27일 발표할 예정인 한 보고서에서 “주택 건설산업이 주택을 장기 평균 수준 정도로만 지었어도 지난해 미국경제에 3000억 달러(약 334조 4400억 원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1.8%가량을 더 높이는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택은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풍향계로 받아들여진다. 주택을 구입하면 대개 가구나 전자제품을 새로 구입하고, 이사·수리 서비스 수요도 발생한다. 주택거래가 경기 회복의 온기를 퍼뜨리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주택 판매 증가는 구매자들 사이에서 직업 안정성은 나아지고, 소득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 감소는 그 반대의 의미로 해석된다.

블루밍턴에 있는 부동산업체인 '브래디 홈'의 에드 브래디 회장은 WSJ과 인터뷰에서 “지난 2006년만해도 주택 150채를 지었으나, 지난해 15채를 건설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는 (주택담보) 대출금을 상환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대출을 받을 때 거쳐야 하는 '심문(inquisition)‘을 꺼린다”고 지적했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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