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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인터넷 강의 듣고, 교재 연구… 자녀 수학 공부 직접 챙기는 엄마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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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학원 수학 교육에 불만족

자녀 맞춤형 학습 위해 펜 잡아

조바심 버리고, 개념 이해 도와야

# 워킹맘 김소현(41·서울 마포구)씨는 요즘 때아닌 수학 과외를 받는다. 점심때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명문대 공대 출신인 부서 후배로부터 주당 20~30분씩 수학을 배우고 있다. 학창시절 수학이라면 치를 떤 그가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건 초 3인 외동아들 때문이다. 얼마 전 다니기 시작한 수학 학원에서 내주는 과제가 어렵다며 김씨에게 도움을 자주 요청해서다. '초등 수학이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어'라며 호기롭게 여긴 그는 문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단순한 연산이 아닌 문장제 문제인 데다 풀이 과정까지 일일이 적어야 했다. 과제를 제대로 안 해가면 강사에게 지적 받을 아이가 안쓰러워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후배에게 도움을 청했다.

# 송아름(45·서울 영등포구)씨는 초 6 아들이 일주일에 3번 받던 과외를 최근 한 번으로 줄였다. 6개월 넘게 과외를 했지만, 도통 아이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다. 몇 주간 과외 모습을 지켜본 그는 수업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챘다. 과외교사가 진도 나가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결국 송씨는 아이 흥미를 북돋우는 맞춤형 교육을 위해 과외를 줄이고, 하루에 한 시간씩 아이와 수학책을 같이 읽기로 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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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위해 수학책 다시 편 엄마들

초등생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수학 공부를 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요즘 교육·육아 커뮤니티에선 방문 학습지, 유튜브 수학 동영상, 교재 등을 활용해 아이에게 수학을 직접 가르친다는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은 “학교나 학원이 아이의 수학 실력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나 학원은 맞춤형 수학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초 2 딸을 둔 주부 이서연(40·서울 강동구)씨는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의 수학 공부를 책임지고 있다. 학원과 과외를 모두 이용해 봤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문과 출신인 제가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친다는 게 부담스럽지만,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엄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초등학교 때까지의 성적은 엄마가 좌우한다는 통념이 점점 강해지는 현실에서 마냥 손 놓을 수 없었죠. 제가 옆에서 학습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자 아이 실력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었어요. 어떤 부분을 자주 틀리고, 어떤 개념을 정확히 이해 못하는지 알 수 있었죠. 힘들더라도 초등학생 때는 제가 직접 가르칠 계획이에요.”

워킹맘 최상은(42·서울 강남구)씨는 지난 겨울방학에 우연히 초 3인 아들의 수학 노트를 본 다음부터 매일 30분씩 아이의 수학 공부를 챙기고 있다.
“문제 풀이 과정에서, 아이가 등호(=)를 남발하고 있더라고요. 학교나 학원에서는 최종 답만 확인하다 보니 등호에 무관심했던 것이죠. 지금 수업에서 놓치는 부분을 엄마인 제가 챙겨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문제 하나를 놓고 여러 가지 풀이를 생각해본 다음, 그 과정을 보기 좋게 써보는 식으로 가르치고 있어요.”

초 3·초 1 딸을 위해 퇴근 후 인터넷 강의를 듣고, 수학 교재를 놓고 공부하고 있다는 워킹맘 신단비(35·서울 도봉구)씨는 “지난주 학부모 총회에서 담임교사와 면담했는데, 초등학생 때 어떻게 공부 습관을 형성하느냐가 이후 학습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엄마가 꼭 관심 가져야 한다고 당부하더라.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돼 내가 배울 때와는 큰 차이가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수학 교육을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달라진 수학 교육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서 노력하는 엄마도 있다. 큐브, 바둑돌, 카드 등 여러 가지 소품을 활용해 연년생(초 2·초 1) 자녀에게 엄마표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는 강선주(48·서울 노원구)씨의 얘기다. “요즘 수학에선 점점 더 실생활 연계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요. 다른 과목과 융합해서 생각해야 하는 문제도 많고요. 단순히 학원에서 교재로만 수학을 배우고 익히면 아이가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아서, 힘들더라도 매주 재미있는 수학 공부법을 연구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수학 우등생, 엄마가 만든다고 강요하는 사회

엄마들이 점점 수학 공부에 집중하는 데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의 줄임말)를 위협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초 4 딸을 둔 주부 신유미(40·서울 서초구)씨는 “요즘 대입에서 수학 비중이 점점 커져 수포자는 명문대에 못 간다고 들었다. 영어는 절대평가로 바뀌고, 수학이 당락을 가르는 상황에서 수학 공부를 허투루 시킬 수는 없지 않으냐. 또래 엄마들이 모이면 ‘엄마의 수학 공부가 아이의 수학 성적을 바꾸고, 수학 성적은 아이 인생을 바꾼다’고 말한다. 엄마들의 이런 노력은 자기 아이가 수포자가 되지 않게 하려는 고육지책인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엄마의 수학 공부’라는 책을 낸 전위성 대전 한밭초 교사는 수학 교과의 특성을 꼬집는다. 그는 “계통 학문인 수학의 특성상, 기초가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급 학년의 개념을 이해하고 응용할 수 없다”며 “한 번 궤도를 이탈하면 공부 흐름을 놓치기 쉬워 학부모나 아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아이의 수학 공부에 관심 갖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너무 조급한 마음으로 가르치는 것은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장원봉 교원그룹 교육연수팀 과장은 “아이가 어느 부분에서 어려워하는지 가늠하기 위해 부모가 앞장서 공부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렇게 쉬운데 왜 못 푸느냐’ 식으로 다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형순 아이스크림홈런 초등학습연구소장 역시 “아이가 수학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만 돕는다는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자기주도적 학습법 형성을 위해 부모가 나서야지, 그것을 넘어서는 지도는 아이에게 결코 도움 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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