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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건강한 가족] “노인 안전운전 위한 시력검사 개선 캠페인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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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안과의사회 이재범 회장
중앙일보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은 고령화 시대에 더욱 눈여겨볼 속담이다. 노화가 진행될 때 증상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눈이다. 노안이 오고 백내장·황반변성 등 각종 안질환이 생긴다. 대한안과의사회는 국민 눈 건강을 위한 여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안과의사회 이재범(연세플러스안과 원장) 회장을 만나 향후 2년의 임기 동안 안과의사회의 활동과 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그는 100세 시대 눈 건강에 대해 강조했다.

우선 이 회장은 지금까지 진행해 온 국민 눈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는 대국민 캠페인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이 노년층 운전에 관한 부분이다. 그는 “노년층의 시력 저하 문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운전면허법에서는 이를 찾아낼 시스템이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운전면허 관련법 체계가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2종 운전면허 소지자는 일단 면허를 취득하면 이후에는 별도의 시력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1종 운전면허 소지자는 5년에 한 번씩 시력검사를 하지만 여기에도 허점이 있다. 이 회장은 “녹내장이 있는 사람은 시야의 중심은 잘 보이지만 주변부는 보이지 않는다”며 “시력검사에선 중심 시력만 이용하기 때문에 녹내장이 있는 환자를 정상으로 판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말기 녹내장의 경우 중심부 시야만 남고 주변부가 보이지 않으므로 교차로 등에서 좌우에서 오는 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없어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1종 면허 소지자의 경우 한쪽 눈을 실명해도 운전할 수 있게 돼 있다.

65세 이상 90%가 가지고 있는 백내장도 문제다. 빛 번짐이 심하고 어두울수록 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야간운전 시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이 회장은 “운전면허 관련법 이 개정되지 않아 현재로선 이 같은 위험 사실을 알리고 계몽하는 캠페인을 통해서만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안과의사회는 현재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대국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둘째는 검진 확대다. 이 회장은 “시력이 완성된 10세 이후엔 약시(弱視)를 교정하기 매우 힘들다”며 “적어도 7세 이전에 두 번 정도는 검진해 사시·고도근시·난시·백내장 등을 일찍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아기부터 치료를 시작해 망막에 적절한 자극을 줘야 시력이 제대로 발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 1학년생의 근시 유병률은 4명 중 1명꼴이며, 성인기에 시력이 상실될 수 있는 고도근시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이 국가 차원의 검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노년기 안과 검진 의무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위암·대장암처럼 안과 검진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생애전환기 검진(만 40세, 만 66세)은 단순 시력검사에 그친다. 노년기에 많이 나타나는 황반변성·녹내장·백내장을 검사하는 항목이 없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황반변성은 노인 실명 원인 1위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안경사법 제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개정 발의된 안경사법은 안경사가 안경 조제와 판매뿐 아니라 시력 보호와 관리를 위한 업무까지 하도록 하는 법이다. 이 회장은 “안경사는 안경의 제작과 관리를 하고, 안과 의사는 시력 보호와 관리를 하는 게 맞다”며 "이 법안이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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