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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세월호 인양]“안전하게 앉은 선체 보니 마음 놓여…기름 유출로 피해 본 어민들에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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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켜본 미수습자 가족

26일 오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가운데 5명은 다시 맹골수도 세월호 수습 현장을 찾았다. 전날 밤 완전히 인양된 선체 전체를 보기 위해서다. 나흘간 인양 과정을 지켜보다 선상에서 나온 지 하루 만이다. 단원고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씨(54)는 “어젯밤 선체 완전부양 소식을 듣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면서 “딸이 좋아하는 ‘박하사탕’ 하나를 깨물었더니 오늘 아침은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시간여를 달려 선체 오른쪽을 훤히 드러낸 세월호를 400여m 거리에서 지켜봤다. 선체 물빼기가 진행되고, 선체를 다시 운반선에 묶기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었다.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48)는 “저기 배 뒤쪽 찌그러진 곳이 우리 아이가 있던 곳”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옆에 있던 남편 조남성씨(55)가 “미수습자 9명 모두가 한꺼번에 손을 잡고 나타날 것”이라며 아내를 위로했다. 배 안에서는 또다시 가족들의 오열이 이어졌지만, 슬픔에 지칠 대로 지친 이들은 이내 작은 목소리로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굵은 눈물만 떨어트렸다. 양승진 교사 부인 유백형씨(54)는 “어제 반잠수선에 선체를 올리는 걸 못 보고 팽목항으로 들어갔는데, 안전하게 앉아 있는 세월호를 대하니 남편을 만난 것처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20여분간 세월호를 둘러본 후 귀항한 이들의 표정은 다소 안정돼 보였다. 기름 유출로 피해를 본 섬주민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동생과 조카를 기다리는 권오복씨(62)는 “인양 과정에서 기름이 많이 새어나와 인근 미역 양식장에 또다시 피해를 내고 있다”면서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폐만 끼치고 떠나게 돼 마음이 무겁다.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포신항 거치 후 미수습자 수습 절차를 놓고 ‘선체 절단’ 등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48)는 “세월호를 바다 위로 올려놓자마자 벌써 선체 절단 이야기를 꺼내 남은 가족들을 자극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진상규명도 중요하지만 배 안에 남아 있는 미수습자를 절대로 놓치면 안된다”고 말했다.

권씨도 “팽목항에서 3년간 기진맥진 버텨왔는데, 또다시 미수습자를 찾는 문제로 기나긴 갈등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도 |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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