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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학생 노동인권 침해하는 도제학교, 근본대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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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이론과 현장 실무를 배우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학생들에 대한 노동인권 침해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도 않은 고교생을 상대로 노동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6일 공개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 도제학교 학생들의 직업훈련 사업장이 관리·감독 없는 노동인권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착취에 가까운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유린, ‘열정페이’ 강요 등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특성화고교의 실습현장과 다를 바 없다. 도제학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스위스 베른 상공업직업학교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독일·스위스의 도제교육 시스템을 한국 현실에 맞게 바꾼 것으로, 서울 26개 고교를 포함한 전국 198개 고교가 운영 중이다. 특성화고 학생은 3학년 2학기에 기업체 현장실습을 하지만 도제학교 학생은 2학년 1학기부터 직업훈련을 받는다.

서울시교육청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도제학교 학생들은 직업훈련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수준의 교육훈련비(시급 6030~6500원 미만)를 받고 있다. ‘직업훈련’이란 명분 아래 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직업훈련 사업장의 재해 비율은 전체 노동자 산재 비율보다 20배 높지만 적절한 안전장비조차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업훈련 사업장 직원들이 학생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무시하는 언행을 하고, 청소나 풀 뽑기 등 가욋일 위주로 업무 지시를 내린 사례도 허다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직원들의 통제·감시를 받고, TV나 인터넷 공유기가 없어 휴식과 사적 활동이 보장되지 않았다. 법·제도의 미비로 도제학교 2학년 학생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특성화고교 3학년 현장실습생보다 최대 6시간이나 길다. 특성화고교 실습생들의 노동시간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을 적용받아 주당 35시간·최대 40시간이지만 도제학교 학생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 주당 40시간·최대 46시간이다.

도제학교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직업훈련 사업장의 법 준수 여부와 인권 침해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한 뒤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직업훈련 사업장의 노동인권 침해 행위를 근절하지 못한다면 도제학교와 특성화고교의 현장실습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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