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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美 셰일석유 증산에 눈높이 낮아진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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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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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의 속절없는 하락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와 12월 OPEC 비(非)회원국들의 감산 동참이 이뤄질 때만 해도 국제 유가는 올해 6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감산은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며 미국의 증산으로 이어져 이달 들어서만 10% 이상 급락했다. 미국의 증산은 그동안 국제 유가 흐름을 조절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져 원유 공급에 있어 '조절자'가 없어진 상황이다.

상황은 반전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상황이 계속될 경우 국제 유가가 지난해 초반처럼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추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7.9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5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50.80달러로 장을 마감해 50달러 선 붕괴가 가시화했다. 국제 유가 하락세는 미국의 공급과잉에 따른 재고 증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에서 비롯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7일 기준 원유 재고량이 500만배럴 증가한 총 5억331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 원유 재고량은 10주 연속 증가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와 지난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급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셰일 산업 활성화를 경기 진흥책의 일환으로 내세우자 미국 셰일 업계는 석유 시추시설 증설에 박차를 가했고, 그 결과 4억배럴대에 머물렀던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5억배럴을 훌쩍 넘었다. 미국의 증산은 OPEC 맹주인 사우디의 증산으로 이어졌다. OPEC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의 2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26만3300배럴 늘어난 1001만1000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에 비해 감산 규모를 3분의 1 줄인 것이다. 다만 사우디는 증산해 재고만 비축했을 뿐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는 감산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원유 재고량 증가는 국제 유가 추락을 내포하고 있다. 재고 소진을 위해 한 나라가 시장에 원유를 풀어버릴 경우 다른 나라의 연쇄적인 매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6일 쿠웨이트에서 열린 산유국회의와 5월 예정된 OPEC 총회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감산 이행 상황을 재점검하고 감산 연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다음달까지 OPEC 사무국에 합의 연장을 위한 시장 분석 결과를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감산 합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지난 2월 말까지 감산 합의가 94% 이행됐다"며 "모든 국가들이 합의를 100% 준수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장 여부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반면 알제리는 감산 합의 연장에 찬성하고 있다. 누레딘 부테르파 알제리 에너지장관은 "감산 협상 연장은 시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협상 연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5월 OPEC 총회에서 감산 기간 연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칼리드 팔리흐 사우디 석유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면서 "석유 재고가 여전히 5년 평균치를 웃돌 경우 OPEC 감산 합의는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실제로 5월까지는 감산 목표량을 달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집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OPEC의 5월 총회까지 석유 재고를 5년 평균치로 줄이기 위해서는 재고량이 일평균 300만배럴 감소해야 한다. 현재 수요와 공급 상황을 볼 때 OPEC가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수준은 일평균 50만배럴에 불과해 감산 합의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사우디가 감산 합의 연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지금보다 더 높은 유가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원주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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