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카프로 놓고 싸우던 효성-코오롱, 21년만에 뜻 모았는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24일 주총서 효성-코오롱 모두 현 경영진 재선임 반대표 합심해 던져...소액주주 반대로 무산]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카프로를 놓고 1·2대 주주인 효성과 코오롱이 21년만에 뜻을 모았다. 지난 24일 카프로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한 편이 됐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경영진 교체에 실패하며 '쓴맛'을 봤다.

◇카프로 놓고 효성-코오롱 치열한 분쟁=1969년 설립된 ㈜카프로는 1974년 기업공개 과정에서 동양나이론(현 효성)과 코오롱, 고려합섬이 지분 20.0%와 19.2%, 7.4%씩을 투자했다.

1996년 섬유업계 라일벌 효성과 코오롱은 카프로의 경영권 확보를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코오롱은 효성이 임직원 차명계좌로 주식을 매입해 실제 지분이 57.6%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이로 촉발된 분쟁은 검찰 고발 직전까지 갔지만 양사 대표이사들이 전문 경영인체제를 유지하기로 극적으로 합의하며 일단락됐다.

양사는 2002년에는 고려합섬 나일론필름 공장인수를 놓고 다시 한번 대립했다. 코오롱이 공장 인수를 추진하자 효성에서 시장 과점이 우려된다며 제동을 건 것.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4개월간의 장고 끝에 기존설비는 효성, 미가동설비는 코오롱에게 넘기라고 결론 내렸다. 당시 45.9%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코오롱이 공장 인수로 독과점 구조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2004년 카프로를 놓고 효성과 코오롱은 2차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카프로는 당시 1988년 이후 16년만의 첫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었는데 같은해 7월 효성이 3대주주 고려합섬의 지분 7.44%를 전량 인수하며, 총 27.82%의 지분율을 확보한게 발단이었다. 코오롱은 효성이 "사전 동의 없이 3대 주주의 지분을 매입해 증자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효성이 고려합섬 지분까지 포함한 지분율만큼 유상증자를 받으며 코오롱을 지분율 경쟁에서 따돌리고 경영권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보다 한달 앞서 조석래 효성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회동을 가지면서 중국 섬유 부문 급성장에 대처하기 위해 협의를 거치는 등 화해로 접어드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갈등만 커졌다.

당시 고려합섬 채권단은 효성과 코오롱 양측 모두에 고려합섬의 지분 인수 의향을 물었지만 코오롱은 의수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추후 열린 이사회에서 양사의 기존 지분율대로 유상증자 실권주가 배정됐다. 고려합섬 지분은 그대로 효성이 가져가면서 분쟁이 끝났다.

◇"경영실패 책임져라" 카프로 경영진 재선임 반대한 효성=

머니투데이

이후 양사는 카프로 경영과 관련해 큰 마찰을 빚지 않았다. 양사 모두 부채비율 줄이기, 재무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카프로 지분을 조금씩 매각했고, 효성은 지난해말 기준 지분율이 11.65%까지 줄었다. 코오롱 역시 지분율은 9.56%까지 낮아졌다. 조용하던 양사가 카프로에서 다시 목소리를 낸 것은 올해 주총서 수년간 적자경영을 지속한 카프로의 경영진이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재선임을 반대하기 위함이었다.

효성은 카프로의 박승언 대표이사 재선임 반대의사를 밝혔다. 2012~2016년 누적 적자 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선 것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뜻이었다.

카프로의 실적은 2011년 매출 1조1727억원, 영업이익 2163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매출 9566억원, 영업손실 240억원으로 추락했다. 이후 실적 부진은 더욱 깊어져 2015년에는 매출액이 2011년의 18% 수준인 2149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손실은 482억원을 기록했다.

박승언 대표는 2014년 대표에 선임됐다. 하지만 이미 추락을 시작한 카프로를 저지하지 못했다. 박 대표 재임기간인 2014~2016년 3년간 쌓인 누적 영업손실은 1656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 카프로의 실적이 분기기준 흑자전환하며 회복세를 보이자 효성은 "지난해 말 실적이 일부 개선된 것은 중국의 석탄가 인상과 환경 규제에 따른 중국 카프로락탐 공장의 가동중단으로 인한 단기적 효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카프로측은 효성이 경영정상화를 외면했다고 반박하며 현 경영진의 재선임을 주장했다.

코오롱은 공식적으로 의견을 내진 않았지만 효성의 뜻에 동참했다. 양사가 카프로를 놓고 1996년 분쟁을 벌인 이후 21년만에 뜻을 모은 것.

결국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카프로 정기주주총회에선 박 대표를 포함한 현 경영진 재선임 안건은 표결로 접어들었다. 발행주식총수의 76%가 참석해 60.5%가량이 박 대표 재선임에 찬성을, 약 39.5%가 반대에 표를 던졌다.

이날 표 대결은 효성과 코오롱이 반대표를 던졌음에도, 카프로 지분의 약 78%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이 카프로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승부가 결정됐다.



◇향후 최대주주 효성의 입장은?=


효성 관계자는 "의결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재검토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효성과 카프로측은 주총 전날까지 주주들을 만나며 의결권 위임받기에 총력을 펼쳤는데, 이 과정이 적법했는지 따져보겠다는 뜻이다.

카프로의 최대주주이자 전체 매출의 42.6%를 차지하는 효성과 카프로 측이 어긋나면서 향후 효성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오롱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2.3%로 양사가 카프로 전체매출의 54.9%를 책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효성이 카프로의 거래를 줄일 가능성도 언급한다. 하지만 최대주주인만큼 카프로의 경영손실은 결국 효성에도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에 실질적인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거란 의견도 제기된다.

효성 관계자도 "카프로와 거래를 줄이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