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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시나쿨파] 미국을 지배하는 것은 '법'…중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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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미국과 중국의 차이점은 뭘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아니다. 중국은 무늬만 사회주의지, 속은 완벽한 자본주의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미국은 법이 지배하는 사회다. 대통령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 그러면 중국은? 바로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다.

중국이 기술을 중시하게 된 시점은 덩샤오핑 시절부터다. 덩은 중국을 하루빨리 부강하게 하는 것이 필생의 꿈이었다. 따라서 그는 실사구시에 입각해 기술 관료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후로도 이 같은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이과 출신이다. 장쩌민은 상하이교통대학 전기학과를, 후진타오는 칭화대학 수리공정과를, 시진핑은 칭화대학 화학과를 각각 졸업했다. 시진핑은 칭화대 졸업 후 베이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원래 전공은 화학이었다. 지금 중국은 이과 전성시대인 셈이다. 중국도 한국처럼 ‘문송(문과여서 송구합니다)’인 것이다.

기술 관료들이 중국을 지배하는 한 중국의 과학기술 산업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최고지도자의 관심사가 과학기술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중국의 약진은 놀랍다. 원천 기술은 대부분 미국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용화하는 기술은 중국이 앞서고 있다. 예컨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미국이 먼저 개발했다. 그러나 이를 실용화해서 보편화한 나라는 중국이다. 현재 중국의 모바일 결제시장은 미국보다 50배 크다.

최근 중국이 오히려 서구보다 앞서가는 사례를 하나만 보자. 바로 자전거 공유 시스템이다. 한때 자전거는 중국의 상징이었다. 출퇴근 시간 파도처럼 밀려들고 밀려나가는 자전거의 물결은 독특한 중국만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마이카 붐이 불면서 자전거가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자전거가 부활하고 있다. 자전거 공유 시스템 덕분이다.

모바이크(mobike)와 오포(ofo)등 중국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 업체는 스마트폰 앱으로 주변의 자전거를 찾아 QR코드를 스캔한 뒤 자전거의 '락(lock)'이 해제되면 이용했다가 목적지 주변의 안전한 공간 어디에든 주차하면 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요금은 시간당 1위안(160원)에 불과하다. 요금 지불도 위챗 등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이 같은 시스템은 프랑스의 '벨리브' 시스템보다 더욱 발전한 것이다. 벨리브 시스템은 지하철역 등 벨리브 주차장에 자전거를 주차한다. 따라서 다시 이용하려면 주차해둔 곳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중국의 시스템은 아무데나 주차를 하면 그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이 이를 다시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자신이 주차했던 곳에 다시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IT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중국의 자전거 공유 시스템이 파리나 뉴욕의 시스템보다 오히려 진화한 것이다.

중국은 이미 전세계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출연하는 나라가 됐다. 네트워크 및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2015년 세계에게 가장 많은 국제특허를 출연했다. 세계 지적 재산권 협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특허건수가 중국은 92만8000건이다. 이는 미국의 57만9000건보다 40% 많고, 일본의 32만6000건보다는 약 3배다.

더 나아가 중국의 업체들은 더 이상 해적질을 하지 않는다. 2016년 중국이 저작권료로 외국 업체에 지급한 금액이 약 200억달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도 미약하지만 이제 저작권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저작권료 수입은 약 10억달러였다. 지금은 미미하지만 지적재산권을 무시했던 중국이 저작권료 수입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중국이 더 이상 해적질만 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사실 중국이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조업 강화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도 독일의 제조업 강화 정책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있는 기술을 놀랍도록 빠르고 효과적으로 실생활에 옮기고 있다.

중국이 정말 무서운 것은 어떤 기술을 빨리 실용화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압도적인 수로 세계의 표준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인 것은 '미국'이 세계의 표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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