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펫스쿨] 인간 세상이 두려운 '봉순이'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유기견보호단체에서 구조한 봉순이(포메라니안 암컷)는 '무는' 행동으로 유명했다.©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한준우 동물행동심리 전문가 = '봉순이'는 암컷 포메라니안으로 유기견보호단체에서 구조되어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다.

봉순이는 여러 사람들의 소개를 거쳐 필자에게 연락이 닿아 만난 아이인데, 11개월의 교육을 받고서야 변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구조 당시 사연은 모르지만 처음부터 봉순이는 '무는' 아이로 다들 꺼리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서로 고쳐보겠다고 봉순이를 억지로 붙잡고 강압적으로 대했던 것 같았다.

뉴스1

사람의 손길을 극도로 꺼려하는 '봉순이'.©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처음 봉순이를 대면한 것은 서울대학교 연구공원에서 일반인 교육차 강의를 하던 날이었다.

봉순이를 데리고 온 보호자는 보호소 보호기간이 만료된 봉순이를 임시로 보호하며 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무는 행동을 고쳐보려고 여러 사람들에게 의뢰를 해보았지만 고쳐지지가 않아 입양을 보내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임시보호를 하던 본인도 두려워서 같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다시 보호소로 돌아가면 분명 안락사를 당할 것이라며 봉순이를 제발 고쳐 달라고 부탁했다.

그 보호자는 봉순이를 데리고 온 그날도 무는 행동 때문에 이동장에 넣을 수가 없었다면서 이 아이를 살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필자를 처음 본 봉순이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보호자의 말에 따르면 봉순이는 퇴근 후 돌아온 보호자에게는 잘 안기는 편이었지만 보호자가 먼저 스킨십을 하려 하면 달려들어 무는 행동을 했고, 미용, 목욕 등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이 먼저 손을 대려하면 무는 행동을 한다고 했다.

봉순이의 무는 행동을 여러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았지만 다들 그만 포기하고 있는 아이만 잘 키우라고 해 마음이 더 아팠다고 했다.

그러던 차에 어느 애견까페에서 봉순이와 같은 아이를 고쳐본 경험이 있다고 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 강압적으로 봉순이를 다루어 차마 볼 수 없어 다시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 뒤로 봉순이의 행동은 더 악화됐고, 그날 이동장으로 이동한 탓에 절대 이동장엔 들어가지 않는 아이가 됐다고 했다.

사람에게 불신이 있던 봉순이는 그날 이후 사람에게 더 큰 불신을 갖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불신은 산책가는 것도 두려워하는 아이로 만들어 줄을 매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사람이 다가오는 것도 거부하는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반려견은 스스로 인간과 함께 살기를 원해서 인간 세계를 선택했지만 인간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인간을 거부하는 반려견을 만들어 낸 것이다.

레이먼드 코핑거 박사 부부가 저서에서 말하는 '혹독한 학대를 받지 않는 이상 반려견은 사람을 절대 무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맞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 만큼 봉순이에게는 혹독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궁지에 몰려 있던 봉순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도망가는 행동이 있었지만 강압적으로 붙잡혀 있는 상황에서는 무기력하게 당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뒤 봉순이는 '다음부터는 사람들 손에 잡히면 안되는구나. 그리고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도망치거나, 도망칠 수 없을 때는 달려들어 물어야 된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그리고 봉순이는 사람은 믿어서는 안되는 존재이고, 특히 사람의 손이란 존재는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반려견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을 우리는 문제행동이라고 표현하는데, 우리의 기준에서 불편하기 때문에 문제행동인 것이지 반려견의 입장에서는 우리와 소통하려는 표현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뉴스1

봉순이가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려견은 무는 행동을 하기 전 반드시 다가오지 말라는, 또는 지금 상황이 불편해라고 보디랭귀지를 보낸다. 그 보디랭귀지가 무시당했을 때 무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려견이 보디랭귀지를 보내는 원인에 대해 생각해서 배려하며 치료해 나가야 한다.

반려견이 무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인데, 그때 못하게 한다고 문제행동이 고쳐지는 게 아니다. 다만 못하게 막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감기에 걸렸다고 의사가 해열제를 처방해서 열을 내릴 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감기와 싸워서 이기는 방법은 아닌 것처럼 감기를 낳게 할 수 없고, 다시 재발할 여지를 두고 있는 것과 같이 못하게 하는 것은 대처방법이지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말이다.

'인간 세상이 두려운 봉순이' 2편은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뉴스1

한준우 서울연희실용전문학교 애완동물학부 교수. (네발 달린 친구들 클리커 트레이닝 대표, 딩고(DINGO) 코리아 대표, 알파카월드 에듀테인먼트 대표) © News1


wooklee@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