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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3년째 김해 왔던 황새 '봉순이' 창원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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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포천 서식지 악화…봉하마을 '농업진흥지역 해제' 갈등도 한몫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3년 연속 경남 김해시 화포천 습지를 찾았던 귀한 손님 황새 '봉순이'가 올해는 창원 주남저수지로 가버렸다.

황새는 천연기념물 제199호이자 국제 보호조로 지정될 만큼 귀한 새다.

암컷 '봉순이'는 2012년 일본 도요오카시에서 태어난 뒤 2014년 3월 18일 김해 화포천 습지에서 처음 관찰됐다.

'봉순이' 이름은 그때 붙였다.

'봉순이'는 지난해까지 해마다 김해를 찾았다.

특히 2014년에는 무려 6개월간 김해에서 지냈다.

그런데 '봉순이'는 올해 화포천 습지가 아닌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지난 6일 관찰됐다.

주남저수지는 김해 화포천과 10㎞가량 떨어진 곳이다.

연합뉴스

주남저수지 찾은 황새 '봉순이'와 '울산이'
(창원=연합뉴스)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에서 지난 3일 관찰된 황새 '봉순이'와 '울산이'. 2017.3.26 [조류생태전문가 김태좌 씨 제공=연합뉴스]



조류생태전문가 김태좌 씨는 "귀한 황새 두 마리가 올해 주남저수지를 찾았는데 알고 보니 '봉순이'였다"며 "한 배에서 난 동생격인 수컷 '울산이'도 함께 와서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울산이'는 2015년 7월 울산 태화강에서 처음 발견돼 '울산이'로 불렸다.

두 녀석은 여전히 창원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창원 주남저수지에는 무논이 많아 먹이도 풍부하다"며 "올해는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으려고 지난해 12월부터 출입을 통제해 서식 환경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봉순이'가 지난해까지 3년간 찾았던 김해 화포천 습지 일원 서식 환경은 나빠졌다.

화포천 습지 곁에 조성했던 3만3천㎡ 무논 중 상당수에는 연밭이 조성돼 황새 서식지가 훼손됐다.

특히 화포천 인근 봉하마을은 지난해 하반기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상당수 지주가 친환경 농업을 포기하면서 '봉순이' 서식지가 파괴됐다.

일부 지주들은 재산권 행사를 주장하며 논에는 제초제를 뿌리고 성토작업을 해 버렸다.

연합뉴스

김해 화포천에서 지내던 황새 '봉순이'
(김해=연합뉴스) 경남 김해시 화포천 습지에서 지내던 황새 '봉순이'. 2017.3.26 [자연과 사람들 대표 곽승국 씨 제공=연합뉴스]



화포천 습지생태공원 곽승국 관장은 "올해는 화포천 습지에 '봉순이'가 한 번도 오지 않았다"며 "서식 환경이 나빠진 점을 금방 눈치챈 것 같다"고 말했다.

곽 관장은 "당초 '봉순이'가 김해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 지난 18일에는 기념행사도 계획했는데 아쉽다"며 "무엇보다 황새가 머물 수 있는 무논 확보와 친환경 농업 복원 등 논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시 송중복 환경위생국장은 "황새가 올해 김해 화포천 습지를 찾지 않은데 대한 원인 등 서식 환경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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