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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사무용 가구 선두' 손동창 퍼시스 회장 2선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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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직에서 물러나…무차입·대리점 경영 유명

일룸·시디즈도 성장…부사장 된 2세 경영 신호탄

뉴스1

손동창 퍼시스 회장. © News1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손동창 퍼시스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손 회장은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과 각각 국내 사무용 가구와 가정용 가구시장을 이끌어왔다.

◇"본사 이익보다 대리점 먼저 챙기자"

26일 퍼시스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24일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이사회는 공시를 통해 이 사실을 발표했다. 손 회장의 이선 퇴진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4년 대표로 복귀한 지 3년만이다.

손 회장은 가구업계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1948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손 회장은 1983년 한샘공업주식회사(현 퍼시스)를 설립했다.

1990년대 초 사무환경 개선운동이 확산되면서 사무가구 시장은 급성장했다. 이를 발판으로 퍼시스는 점유율(브랜드)을 약 55%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매출액은 2316억원이다. 일룸, 시디즈, 바로스, 팀스 등 4개 회사와 퍼시스그룹을 형성했다.

업계에서 손 회장의 경영을 평가하는 키워드는 많다. 손 회장은 1999년부터 퍼시스에 무차입 경영을 도입했다. 이는 증권가에서 퍼시스의 투자 매력 중 하나로 꼽을만큼 널리 알려졌다.

실제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퍼시스의 부채비율은 13.93%(2015년 기준)에 불과했다. 퍼시스가 속한 기타 목재가구 제조업의 평균 비율 77.99%의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대리점 우선주의'도 업계에서 자주 이야기된다. 퍼시스는 공식 온라인몰을 운영하지 않고 230여개의 대리점을 뒀다.

이는 대량 납품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리점과 고객의 상담이 필요한 사무 가구시장의 특성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 실제로는 손 회장의 '대리점을 챙기자'는 경영철학이 큰 영향을 끼쳤다. 본사(퍼시스)가 온라인·직접 판매(직영점)를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대리점의 수익 규모가 커진다는 판단이다.

손 회장과 한샘, 조 명예회장의 남다른 인연도 유명하다. 손 회장은 퍼시스를 설립하기 전 한샘에서 일했다. 손 회장과 조 명예회장은 이후에도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고 사업적으로도 협력했다. 조 명예회장은 2005년까지 퍼시스 지분 11.6%를 보유했다가 이듬해 처분했다. 서로 각자 사업 영역에 침범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을 맺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두 오너는 기업의 이익을 사회로 환원해야한다는 경영지론도 닮았다. 손 회장은 2002년 목훈재단을 세워 장학사업에 힘썼다. 조 회장은 보유 지분 절반 가량(약 4000억원)을 한샘드뷰연구재단에 출연하기로 하고 공익재단인 여시재를 설립했다.

◇한샘과 '다른 길' 선택…팀스의 몰락

하지만 퍼시스와 한샘은 추구하는 사업 방향이 달랐다. 손 회장은 '가구회사=제조회사'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퍼시스의 특허 등록 건수는 다른 브랜드 가구회사의 2배일 정도다.

한샘은 대형매장을 지으면서 유통회사로 변신을 꾀했다. 제품 못지 않게 고객서비스를 중시한 것이다. 그 결과 한샘은 연 매출액 2조원을 목전을 둔 종합 홈 인테리어회사로 성장했다.

손 회장의 경영에는 굴곡이 있었다. 바로 계열사 팀스의 몰락이다. 팀스는 2012년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이후 위장 중소기업 논란으로 공공조달 시장에서 퇴출된 후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2년 819억원에서 작년 99억원으로 8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최근 들어 퍼시스그룹의 '정체성'도 변하고 있는 분위기다. 가정용 가구시장에서 일룸, 의자시장에서 시디즈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디즈의 2015년 매출액은 2335억원으로 퍼시스를 추월했다. 일룸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 지출을 늘리고 있다.

손 회장이 다시 퍼시스 대표직을 달고 경영 일선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손 회장의 장남인 손 부사장은 그동안 시디즈와 퍼시스 경영기획 업무를 맡으면서 경영수업을 이어왔다. 그는 작년 12월 퍼시스 정기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종태 퍼시스 부회장은 "(손 회장은) 이미 경영에서 어느 정도 물러났다"며 "손 부사장은 오래 전부터 회사로 들어와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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