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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톡앤씨]`히든피겨스`, "앤다이아~" 이후 케빈 코스트너에게 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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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1960년대 미국의 NASA(항공우주국). 러시아와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을 펼치던 그 당시 미국의 우주선 발사 성공의 숨은 주역이 있다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히든 피겨스'. 그 주인공들은 바로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들이었다.

대놓고 인종 차별하는 그 시대, 그래도 이 여성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다. 뛰어난 수학 능력을 가진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과 흑인 여성들을 이끄는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NASA 최초 흑인 여성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자넬 모네) 등등은 능력을 '살짝' 인정받아 우주 개발 임무 프로젝트 팀에 차출되지만 차별의 벽에 갇힌다.

유색 인종 전용 좌석과 출입문, 커피포트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800m 거리를 뛰어 유색인 전용 화장실을 가야만 하는 등 백인들의 차별이 심했던 그 시대는 최고 두뇌 집단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노력했고 성공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주인공 한 명을 더 추가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바로 케빈 코스트너다.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여전히 영화 '보디가스' 속 보디가드다. 몸을 날려 휘트니 휴스턴을 지켰고, 그 속에서 흐르는 "앤다이아 위 올웨이즈 러뷰~~~"(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가 기억나는 이들에게 케빈 코스트너는 '멋짐 폭발' 그 자체였다.

'히든 피겨스'에서 그런 액션은 없지만 인종차별 문제를 자각한 뒤 깨어있는 의식의 멋진 아저씨로 톡톡히 활약한다. 캐서린이 유색인종으로서 화장실 마저 차별하는 상황을 눈물 흘리며 토로할 때 우주 개발 임무 프로젝트 수장 앨 해리슨은 해머를 들고 화장실 위에 '유색인종 전용'이라는 팻말을 깨부순다. "모두 같은 소변 색"을 강조하고 돌아서는 그는 이 영화가 강조하는 인종차별 문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게 특히 좋다.

해리슨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캐서린의 회의장 진입이 불허되자 자신의 권한으로 들여보내 주기도 한다. 캐서린이 우주선의 궤적을 계산한 수치를 자신 있게 이야기할 때 관객은 짜릿함을 느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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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해리슨의 이런 배려가 자기 업적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제대로 된 생각을 하는 이들이 모여 미국을, 또 세계를 발전시켰다. '미국 제일주의' 영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나 그보다는 인권 유린의 시대에 흑인들의 성장과 성공이 더 감동을 준다.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도움을 주는 주변인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목도 흥미롭다.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 혹은 '숨겨진 숫자들'. 우주선을 하늘로 보내기 위해 숫자 너머를 봐야 했던 임무를 이 세 명의 인물들은 멋지게 해냈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더해져 '문라인트'보다 일반 관객이 접근하기 더 쉽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지루한 미국 영화들이 꽤 많았는데 '히든 피겨스'는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감동적이고 교육적이며 재미까지 챙겼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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