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36> 박민근 '나는 내 상처가 제일 아프다']
요즘 들어 책 한 권을 한자리에서 다 읽고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어디 책뿐이겠는가. 스마트폰 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하나에 집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 ‘나는 내 상처가 제일 아프다’는 그걸 가능하게 해 준 책이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쓰여 있고, 적절한 예시로 인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솔직히 책 제목을 보면서 그저 그런 쉽게 쓰인, 추상적인 말들로 가득한, 유행의 한 골목을 차지하는 책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읽었다. 그런데 웬걸 문장을 끌고 가는 힘이 범상치 않았다. 기형도의 시를 인용하기도 하고, 동양철학과 심리학 관련 이론들을 함께 제시하면서 나의 불신은 어느 새 사라지고 몰입하게 됐다.
우린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 어떤 상처가 더 크고 더 작다고 말할 수 없다. 책의 제목처럼 ‘나는 내 상처가 제일 아프’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상처를 감당하고 이겨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독서나 강의를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상담가의 도움을 받을 경우 훨씬 구체적이면서 빠른 기간에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여러 고충이 따르겠지만.
책은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와 그에 따른 치료방법(?)을 소개한다. 성공만을 꿈꾸다 보니 불안장애를 가지게 된 보험설계사, 사람보다는 피규어를 더 사랑하는 학원 강사, 남편의 폭행으로 힘들어 하는 아내, 스트레스로 음식 조절을 하지 못하는 방송작가, 꿈을 잃어버린 사람,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낫다고 하는 사람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혹은 나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서든 비슷하다. 대부분은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갈등이다. 양상은 나 자신과의 갈등이거나 혹은 개인과 개인의 갈등이거나 개인과 사회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니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다만, 그 상처를 어떻게 극복 혹은 좋은 에너지로 전환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상처를 더 큰 에너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의 적은 나라는 말이 있다. 결국 상처를 받는 것도 그 상처를 이겨내야 하는 것도 나다.
상처에서 꽃이 핀다는 말이 있다. 옹이가 많은 나무도 봄이 되면 파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스스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절망을 희망으로 치환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렇게 내면의 근육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을까.
◇나는 내 상처가 제일 아프다=박민근 지음. 레드박스 펴냄. 276쪽/1만 4800원.
좀비비추 동네북서평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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