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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정말 가족 품으로 오려고 하나봐" 실종자 가족들 처음으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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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60시간 넘게 잠 못들고 초조… 운반선 도킹 성공 소식에 안도

"애간장이 다 타들어가네요."

세월호 램프(개폐식 선적용 다리) 잠금장치 파손으로 인양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 오후 10시. 어업 지도선 '무궁화 2호'를 타고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인양 작업을 지켜보던 세월호 미수습자(실종자) 가족 8명의 표정이 굳어졌다. 배 안 식당에 설치된 TV에서는 "24일 오전까지 세월호 선미의 램프를 제거하지 못하면 인양을 중단해야 한다"는 해양수산부 긴급 브리핑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가족들은 말문을 잃고 TV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틀간 들어올린 세월호를 도로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인양이 시작된 22일 오전 10시 배를 타고 바다에 나온 가족들은 60시간 넘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체력이 바닥났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잠을 청하지 못했다. 씻지도, 옷을 갈아입지도 않았다. 마치 망부석이 된 것처럼 두 손을 꼭 모은 채 갑판에서 1.6㎞ 남짓 떨어진 인양 현장을 바라보며 "무사히 인양되게 해주세요"라고 되뇔 뿐이었다. 한 가족은 "인양 작업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7시 "램프 절단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졸이며 밤을 지새운 길고 길었던 9시간이 끝난 것이다. 가족들은 "날씨도 바다를 돕는 것 같다" "(실종자들이) 정말 가족 품으로 오려고 하는 것 같다"는 말로 서로를 격려했다. 라면과 즉석밥뿐인 이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는 처음으로 웃음소리가 들렸다. 23일 오후 무궁화 2호에 합류한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아내 유백형씨는 "'이제 다 찾겠구나'는 희망을 품었는데 (램프) 변수가 생겼다는 소식에 또다시 가슴이 무너졌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오늘 잘 마무리됐다고 해서 한숨 돌렸지만 숨 조이는 고통이다"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24일 밤 늦게 세월호가 반잠수 선박 위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들은 조타실로 달려가 망원렌즈로 현장을 지켜봤다. 권재근씨의 형 권오복씨는 "무사히 올라갔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남은 작업도 차분히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진도=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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