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른바 ‘서울의 봄’ 당시 최규하 대통령이 전두환 중앙정보부장서리의 위압적인 태도에 공포를 느껴 그만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18년 동안 철권을 휘두르던 독재자가 시해된 후 민주화 과정을 밟아가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무명의 군인을 스스로 기꺼이 대통령에 추대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전 언론사를 윽박질러 시민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구국의 지도자로 조작한 사실과도 배치된다. 자신들도 5·18의 희생자라고 지칭한 대목은 희생자들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천인공노할 망언이다. 조작으로 드러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건에 대한 기술은 아예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진행되는 와중에 전직 대통령 부인이 회고록을 발간한 저의도 의심스럽다. 5·18을 폄훼하는 극우세력의 목소리에 편승해 자신들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 보겠다는 계산을 했음직하다. 다음달 초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자서전을 낸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안 봐도 뻔하다. 최종 발포 명령자 등 5·18에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허위 증언으로 5·18 희생자들을 모독하고 역사를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이 듣고 싶은 것은 자기 도취에 빠진 부부의 거짓말이 아니라 진솔한 참회와 진실 고백이다.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