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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일본의 아이들은 '위안부 문제는 끝', 이렇게 배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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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과서 독도 기술엔 발끈 위안부 기술은 침묵…이중 대응

일본의 고등학교 교과서 일부에 지난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명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주장은 기존보다 더 명확해졌다.

이에 정부는 독도 기술에 대해 일본에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하고 주한 일본 공사를 초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함께 만든 '당사자'였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4일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교과용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개최한 뒤 교과서 검정결과를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사회과 교과서 중 지리를 제외한 21종 가운데 13종에서 위안부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 중 도쿄서적의 정치경제 교과서에는 '한국 정부에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가 자금을 거출하는 것 등에 의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불가역적 해결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위안부 문제가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별다른 진통 없이 해결됐다는 식의 서술이 담겨 있었다.

시미즈(靑水)서원과 짓쿄(実教)출판 등 다른 교과서들에서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10억 엔을 거출한다는 내용을 주로 서술했다.

다만 짓쿄출판의 경우 일본사B 과목의 교과서에서 "한국사회에서는 합의에서 책임 인정이 불명확하다는 등 반발이 존재한다"는 내용을 포함했고 고교일본사B 과목의 교과서에서는 "이 합의에 위안부 전부가 납득한 것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 관련 기술은 큰 틀에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기존 기술 수준을 답습하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진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이 합의가 문제를 해결했다는 식으로 언급되면서 일본 정부가 학생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왜곡시켜 교육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위안부 문제가 전쟁과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이 되는 측면이 있음에도 교과서에서 12.28 합의를 강조한 것은, 일본이 이 문제를 외교적인 사안으로 축소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교과서들은 기존보다 강한 어조로 영유권을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 1월 '중고교 학습지도요령해설서 개정'을 통해 향후 교과서에 '일본의 고유 영토', '한국에 의한 불법 점거' 등의 표현을 사용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이에 시미즈서원이 출판한 지리 교과서의 경우, 독도 문제와 관련해 기존 교과서에는 '한국과 영유권 문제가 있다'고 기술했지만, 이번 검정 통과본에는 '일본 고유의 영토'와 '한국의 점거' 등의 표현이 새롭게 등장했다.

짓쿄출판 역시 일본사B 교과서에서 기존에는 독도 관련 기술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1905년 시마네 현에 편입',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짓쿄출판의 경우 이 교과서에 "현재의 다케시마에 해당하는 섬에 대해, 일본 정부는 1877년 일본과 관계없는 섬이라고 판단했다"는 내용을 넣었지만, 일본 정부의 지적에 의해 관련 내용을 통째로 들어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짓쿄출판이 서술한 내용은 1877년 당시 일본 메이지(明治) 시대의 최고 국가기관인 태정관(太政官,다조칸)이 독도와 울릉도를 조사한 뒤, 이들 섬이 일본 영토와 관계 없다는 공문서를 내무성과 시마네 현에 지시한 공문서를 가리킨다. 이는 일본이 1877년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통신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짓쿄 출판에 "(관련 내용은) 학생들이 오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며 삭제를 요구했고 결국 교과서 최종본에 실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주명현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는 1877년 태정관 지령에서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이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독도가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고 명확하게 인정한 바 있다"면서 "일본의 조치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 역시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포함하여 왜곡된 역사인식을 담은 고등학교 교과서를 또 다시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의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자리에 없는 주한 일본 대사 대신 공사를 불러들여 항의하기도 했다.

외교부와 교육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일본 검정 교과서의 독도 서술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지만, 위안부 서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성명에는 "왜곡된 역사 인식", "그릇된 역사관" 등 모호한 표현이 등장했다.

이를 두고 한일 위안부 합의의 한 축인 박근혜 정부가 일본 교과서의 위안부 서술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자가당착'의 논리가 돼버리기 때문에 위안부 서술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없었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권영민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과장은 위안부 서술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교과서에) 한일 간 (위안부) 합의 내용이 기술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합의문 외에 추가적으로 부기한 내용이 왜곡되어 있는지가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실제적으로 (이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외교부로부터 의견을 들어서 앞으로 왜곡된 부분에 대해서는 강력히 시정 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 :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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