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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인터뷰]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 | 대선공약은 ‘비전·재원·실효성’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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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대내적으로는 성장·고용절벽에,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와 중국발 사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또한 위기 탈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구정모 신임 한국경제학회장(강원대 교수)은 “조기 대선 돌입으로 별다른 검증이나 여과 장치 없이 현재의 공약이 새 정부의 정책으로 바로 집행될 우려가 있다.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하고 완성도 높은 공약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매경이코노미

Q 대선 주자들의 경제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정책 공약이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인지요.

A 총 세 가지 필수 요건이 있습니다. 먼저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충실한 내용이어야 합니다. 재원 조달 대책을 염두에 둔 실현 가능한 방안인지도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그 공약이 실행됐을 때 목적에 부합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야 하죠. 아무리 좋은 비전 아래 구체적 그림을 그리고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 해도 실효성과는 별개일 수 있습니다.

Q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할 경제정책은 무엇일까요.

A 최우선 과제는 저성장 탈피입니다. 문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손쓸 수 있는 운신의 폭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죠. 거시정책 중 통화정책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탓에 손댈 수 없습니다. 환율도 마찬가지에요. 미국 재무부가 오는 4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기댈 수 있는 곳은 재정뿐입니다. 물론 확장적 재정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이견은 있지만 추경 편성이 시급합니다.

Q 장기적인 측면에서 차기 정부 정책이 초점을 맞춰야 할 방향을 짚어주십시오.

A 가장 큰 문제는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실종됐다는 점입니다. 저성장·고부채·고령화와 얽힌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다 알고는 있지만 풀기가 어려운 부분이죠. 박근혜정부 때에도 구조조정을 통해 풀어가려 했으나 결국 벽에 부닥쳤습니다. 차기 정부는 이 문제를 푸는 일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전방위적으로 경제 체제를 개선하고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죠. 긍정적인 측면은 정치·안보 분야에선 진보와 보수의 간극이 있지만 경제 분야에선 둘의 교집합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진보 쪽에서는 시장 주도의 경제 전환을, 보수 쪽에선 복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죠. 그만큼 차기 정부는 공감대를 확장시켜 더 많은 정치적 견해를 끌어안고 구조조정 추진 동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Q ‘◦◦성장’ 공약도 눈에 띄는데요.

A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점은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구호성에 그칠 공허한 공약이란 느낌도 없지 않아요. 미래 먹거리로 4차 산업혁명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공통적인데, 그중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4차 산업 관련 대통령 직속 기구를 두겠다고 한 것이 눈길을 끕니다. 다만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 주도로 가는 게 맞아요. 정부는 큰 그림을 그리되 눈에 보이지 않게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민간에서 열심히 뛸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Q 공약들을 보면서 중요성이 간과된 부분이 있다면요.

A 어느 정부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노력해왔지만 거의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해관계나 정치적 이유로 좌절되곤 했지요. 지금 공약들을 보면 한국 경제위기에 구세주가 돼줄 수 있겠다 싶은 것이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지엽적인 데 머무는 경우가 많아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고 우리가 처한 현실이 갑자기 바뀌는 게 아닙니다. 더 이상 시행착오를 할 여유도 없어요. 실현 가능성 있고 정교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책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게 해야 합니다.

[서은내 기자 thanku@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0호 (2017.03.22~03.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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