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공한증’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아시아 예선부터 시작됐다. 경기 시작 불과 9분 만에 3골을 헌납하면서 비로소 고질병임을 인식하게 됐다. 별의별 분석도 있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자란 샤오황디(小皇帝)를 양산하면서 단체종목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2010년 2월10일 견고하던 공한증의 일각이 무너진다. 동아시안컵에서 중국이 한국을 3-0으로 완파한 것이다. 첫 승리였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그래도 한국 측의 반응은 이랬다. ‘을용타를 유발하는 소림축구가 별 수 있겠는가’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았겠지.’ 지난해 9월 러시아월드컵 예선 홈경기에서 중국을 3-2로 꺾자 ‘아직 중국은 안돼’ 하는 방심이 지배했다. 그러나 먼저 3골을 넣고도 내리 2골을 실점한 그 찜찜한 기분은 무엇이었을까. 결국 6개월 만에 벌어진 지난 23일 원정경기에서는 0-1로 패했다. 한 번은 방심이라 쳐도, 두번째는 실력이 아닐까.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미 ‘월드컵 본선진출과 중국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을 3대 소원이라 꼽았다. 이 야심찬 목표의 첫번째 걸림돌이던 그 지긋지긋한 공한증을 이제야 날려버린 것이다. 야구 하면 미국이 아닌가. 시진핑 주석은 아마도 ‘축구 하면 중국’을 외치고 싶은 것일 게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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