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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기고]4차 산업혁명, 전략보다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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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제4차 산업혁명이 시대적 화두다. 어느새 제4차 산업혁명은 국가정책에서 창조경제와 경제혁신이 있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대응전략 마련에 역점을 두고 대선후보들도 관련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미래부는 K-ICT 전략을 통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UHD, 사물인터넷 등 우리나라가 강점인 ICT 분야에다 지능정보산업을 추가한 9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가동 중이다. 글로벌 트렌드와 환경변화에 맞게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적절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전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 있어도 사람이 준비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전략을 잘 쓰는 것보다 사람을 잘 쓰는 것이 우선이다.그래서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 것이다.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는 법이나 제도가 잘못돼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잘못을 저지른 문제다. 개헌을 하고 정부조직을 개편한다고 적폐가 청산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문제는 사람 문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정책 부재보다 인재 부재가 더 치명적이다. 전략 나고 인재가 나는 게 아니라 인재 나고 전략이 나는 법이다. 당장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전문가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래변화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국가전략 수립보다 중요하다. 인재양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십년수목백년수인’(十年樹木百年樹人)이라는 말이 있다. 10년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고 사람을 심는다는 뜻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중 관자(管子)의 가르침이다. 관자는 “1년 계획으로는 곡식 심는 일만 한 것이 없고, 10년 계획으로는 나무 심는 일만 한 것이 없고, 평생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일만 한 것이 없다. 한 번 심어 한 번 거두는 것이 곡식이고, 한 번 심어 열 번 거두는 것이 나무며, 한 번 심어 백 번 거둘 수 있는 것이 사람”이라며 인재양성은 미래가 걸린 일이라 강조했다. 교육백년지대계라는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적어도 인재양성은 백년을 내다보는 대계가 돼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이 닥쳤다고 급하게 준비 안 된 사람을 쓸 수는 없으며, 더군다나 날림으로 인재를 양산할 수도 없다. 발묘조장(拔苗助長)이란 고사성어처럼 급하게 서두르면 오히려 일을 망칠 수 있다.

인재는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한 세대를 내다보며 교육하고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인재를 길러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하루이틀에 승부가 나는 전투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눈앞의 변화가 아니라 변화의 흐름이 가져올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교육과 인재양성은 더더욱 그러하다.

첨단기술 개발도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개발할 창의인재에 초점을 둬야 한다. PC와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었지만 그것을 이끈 것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였다. 연구·개발 분야와 세부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것보다 연구·개발을 이끌 탁월한 연구자를 발굴하는 것이 우선이다.

연구·개발 정책의 중심도 프로젝트 지원에서 사람, 즉 우수연구자 지원으로 옮겨져야 한다. 과제를 먼저 정하고 연구자를 공모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자를 먼저 선정해 이들이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도록 다그치지 말고 꾸준히 연구할 수 있게 기다려줘야 한다. 단기간에 낸 성과는 오래 지속될 수 없는 법이다.

국가전략 수립도 사람의 관점, 인재의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은 중장기 인재전략과 함께 수립돼야 한다. 아울러 중국의 백인계획, 천인계획, 만인계획과 같이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 인재양성계획과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늘 “사람이 먼저고 전략은 그 다음”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경영도 마찬가지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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