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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사설] 5조8000억 또 지원받는 대우조선, 도덕적 해이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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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3일 대우조선해양에 5조8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 채권단이 2조9000억원의 빚을 출자 전환해 주거나 만기를 3년 연장해주는 방식으로 손실을 떠안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9000억원을 신규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번 지원 방침으로 대우조선은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과연 대우조선 추가 지원이 조선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상황 오판, 대우조선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대우조선에는 혈세나 다름없는 국책은행 지원금을 총 7조1000억원 쏟아붓게 된다. 2015년 4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작년 말 2조8000억원 규모의 출자 전환까지 합하면 전체 지원 규모는 13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다. 조선업 불황이 예상보다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7위 해운사 한진해운을 문 닫게 한 원칙을 대우조선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정부 스스로 원칙을 어긴 것이었다.

물론 경쟁력은 있지만 당장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을 문 닫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대우조선은 작년 말 기준으로 114척, 340억달러어치의 수주 잔량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수주 잔량이다. 조선업 특성상 주문받은 배를 건조해서 적기에 납품하지 않으면 그동안 들어간 비용 32조원도 다 날리게 된다. 추가 자금을 지원해 건조 중인 배를 완성하고 차츰 몸집을 줄여나가는 것도 우리 경제에 충격을 덜 주는 구조조정의 한 방식일 수는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률은 34%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 57%, 삼성중공업 40%보다 낮다. 이런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대우조선 지원에 들어간 13조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말 것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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