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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만물상] 사드 보복 속 중국군 유해 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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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때 숨진 중국군 유해(遺骸) 인도식이 그제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렸다. 최근 냉랭해진 한·중 관계 탓에 크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의미 있는 행사였다. 중국에선 우리 행정자치부 격인 민정부의 쑨사오청(孫紹騁) 부부장(차관급)이 참석했다. 쑨 부부장은 "대한민국 국민과 언론 등이 보여준 중국군 유해 송환에 대한 우호와 선의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사드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발표 이후 중국에서 방한한 최고위급 인사다. 사드로 모든 관계를 끊다시피 한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선 감사 표시를 했다.

▶중국군 유해 송환 사업은 2013년 취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 제안으로 시작됐다. 3년 동안 중국의 청명절(淸明節) 전에 인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금까지 송환된 중국군 유해는 모두 569구. 그러나 사드 문제로 중국이 치졸한 보복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이 사업을 계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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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주중 한국 대사는 중국 정부에서 아무도 만나주지 않아 '투명인간'이란 별명이 붙었다. 얼마 전 제주에 온 크루즈 여객선에서 중국인 관광객 3459명은 한 명도 하선(下船)하지 않았다. 쑨 부부장과 같은 시기에 방한한 왕잉판(王英凡)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양국 간 준단교(準斷交)가 가장 극단적인 목소리는 아니다"며 더 큰 보복 위협을 하기도 했다.

▶중국의 움직임은 이렇지만 우리는 차분하다. 일각에선 "중화(中華) 사대주의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민 대부분이 차분하게 사태를 인내하고 있다. 한국에 온 중국인 유학생이 7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들이 위협을 느낀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아침 출근길에 청계천에서 가끔 마주친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는 늘 혼자였다. 서울 시청 뒤편의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아침 식사를 할 때도 주변에 경호원이나 비서가 없었다. 양국 간 갈등이 고조돼도 중국 대사는 걱정 없이 안전하게 다닌다는 얘기다.

▶중국이 노골적으로 한국 제품 불매운동을 벌여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 맞대응하자는 주장은 거의 없다. 중국 관광을 그만두자는 말도 없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많은 문제를 겪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수준이 높아져 왔다는 점을 새삼 느낀다. 사드 갈등을 겪으며 중국은 아직 갈 길이 먼 나라라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우리 키가 자란 것 같은 모습도 본다. 냉정과 품위가 결국 이길 것이다.

[이하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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