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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재혼의 인식`에 관한 우리사회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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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엔 이혼의 가능성도 함께 있다. 이혼은 까다로우면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1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서 애인과 함께 중산층을 이루며 사는 이들 중 67%는 결혼에 대해선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이혼 후 사회적, 법적, 정서적, 경제적 결과에 대해선 걱정 한다"고 밝혔다.

결혼은 영원할 것이라 믿는 이들에게 미국 내 이혼율은 몹시 암울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연구진이 밝힌 바로는, 초혼의 40~50%, 재혼의 60%가 이혼으로 귀결된다고 전망한다. 그리고 이른 나이에 결혼할수록 이혼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평균 이혼 나이는 30세다.①

①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

종래의 '일부일처제'에 담긴 내면의 의미는 결혼이란 평생 한사람과 '한 번'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높아진 경제적 이동성(economic mobility) 등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도 변하고 있다. 당연히 결혼에 대한 의식도 변하기 마련이다.

종래의 가족중시의 결혼관이 개인중시의 가치관을 반영, '부부사이 가치관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혼을 감행 하면서 재혼 삼혼의 길을 찾게 된다.

닥스클럽은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20∼30대 미혼남녀 756명을 대상으로 '60세 이상 황혼재혼 수용여부'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9.4%,즉 10명중 6명은 '60세 이상 혼자일 경우, 재혼 할 것이다'를 선택해 황혼재혼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②

하지만 이렇게 급속히 바뀌는 의식구조에 대해 이를 뒷받침할 의식이나 제도는 항상 늦기 마련. 그래서 재혼을 꿈꾸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다고 말한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는 차가운 시선도 부담이다. 특히 아버지와 성이 다른 아이가 바깥에서 상처를 받는 일이 많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재혼 가족의 안정을 흔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재혼가족 관련 도입된 성본 변경제와 친양자 제도는 재혼가정에는 '가뭄에 소나기' 같은 제도다. 재혼한 여성과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자녀의 성을 새 남편의 성으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③


여전히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이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 현재 신청을 받아 재판을 거친 후 부모와 다른 성(姓)을 조정 할 수 있게 만드는 법률체계의 신속한 처리 및 보완이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이들이 인터넷에 띄운 글을 검색하다 보면 ‘우리도 남들과 똑같이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가장 많다. 그래서 급증하는 재혼이 당당한 행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회도 이들을 위해 뭔가를 기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④ 이와 관련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혼하거나 재결혼한 사람들을 비정상적인 가족관계라고 부르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이 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례미사에서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돕고,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를 물어봐야 하고 이를 통해 어린이가 부모 어느 한 쪽의 인질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전했다.⑤

우리나라도 어느덧 재혼산업 시장이 연간 1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결혼한 4쌍 중 1쌍(7만5565건)은 ‘돌아온 싱글’이 재혼한 경우였다. 이를 반영하듯 결혼정보업체들은 ‘회원 중 20% 정도가 이혼 경험자’라고 밝혔다.

일전에 방영되었던 SBS '짝‘프로그램에 출연한 올해 26살이 된 여자3호는 어린 나이에 결혼과 출산, 이혼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고 현재 그의 자녀는 4살이다. 직업은 대학생. 그녀는 아직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⑥

이혼과 재혼은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은 미미한 상태다. 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재혼에 관한 사회의 인식정도도 중년의 재혼을 생애 경로상 문화적으로 기대되는 "규범적 스케줄"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는 가족이데올로기의 시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점증하는 이혼과 더불어 재혼도 늘어나기만 하고 있다.

당연히 늘어난 이혼과 재혼의 상황을 우리사회나 의식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법원이 한 달에 두 번씩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권은 인정했지만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자 아내가 자녀와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은 남편의 친권과 양육권을 박탈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⑦

>이혼한 배우자가 아이를 못 만나게 하거나 약속한 양육비를 주지 않아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가족이 분화(分化)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배우자는 심각한 생활고를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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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여성가족부가 미혼모 가정이나 이혼 가정의 양육비를 대신 받아주는, 즉 양육비 이행을 지원하는 전담기구인 양육비이행관리원이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소속으로 출범시켰다. 자녀 양육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 가정이 양육비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제정된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는데 따른 것이다.⑧

황은숙 한부모가정연구소장은 ‘입양가정이나 편모․편부 가정, 독신가정도 다양한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한다.⑨

“요즘 복합가정이 많아졌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재혼은 아직도 부끄럽고, 특히 아이들에게 낙인을 찍는 일이에요. 여자한테는 더 힘든 상황이 많지요. 그래서 제 경험을 여러 사람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모 정당의원이었던 H씨(51·비례대표)가 주간 ‘여성신문’에 ‘H씨의 재혼일기’를 연재하면서 했던 말이다.⑩ 두 딸과 함께, 역시 세 딸을 가진 S씨(53·사업)와 결혼해 복합가정을 이룬 그는 ‘재혼일기’에서 4년 전 이혼의 아픔을 딛고 재혼에 이르는 과정, 새로운 결혼생활에서 생기는 행복과 갈등을 ‘H씨의 재혼일기’를 통해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았는데, 우리에게는 아직은 아주 생경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일기였다.

사실 재혼가족들이 많은 나라에서 수세기에 걸쳐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재혼가족관계에 관한 연구는 실로 놀라울 정도로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책도 그만큼 빈약할 수밖에 없다.

② 재혼가족관계에 관한 연구실태

1978년 앤듀르 체에린(Andrew Cherlin )의 비교 논리적 연구로 이루어진 보고서의 제목이 "불완전한 제도로서의 재혼"이었다. 정상적인 결혼에 비한다면 재혼자체를 '불완전' 하다고 본 것이었다.

그는 이혼 후 재혼한 가족들이 초혼가족들보다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그들의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지침이나 후원제도가 미처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역할 수행에 대한 지침과 규범의 부재, 다시 말하면 문화적으로 확립되고 사회적으로 납득할 만한 해결책으로서의 방법론의 결핍이라든지, 재혼한 사람들과 계부모들을 위해서 제도화된 사회적지지가 부족하다는 점 등이 재혼자 들에게 더 큰 중압감으로 작용하고 여기에다 이런 중압감이 재혼관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치 못한 문제해결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재혼 후 또 재이혼 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이어간다고 지적한다.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고객 중 삼혼(三婚) 이상의 결혼희망자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혼자들의 이혼뿐만 아니라 재혼자들의 이혼도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행복출발 더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입자 중 100명 중 13명이 삼혼ㆍ사혼 희망자였다. 4년 전 2명 꼴이었던 것에 비하면 6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⑪

또 임상의들에 의해 재혼가족연구가 초창기에 관심을 갖게 된 근본적 이유도 '문제가족'이라는 믿음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혼 가족들이 지닌 삶의 '병리적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사실은 사회에서 재혼에 대한 시각이 매우 부정적 개념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 미국의 경우

미국의 경우 1970년대 말 이전에 행해진 가족 연구들은 재혼한 가족들에 대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에서 재혼에 관한 첫 번째 연구가 출판된 지는 1930년대이다. 이후 출판되지 않은 이론적 학술논문을 포함하여 재혼가족에 관한 경험적 연구들이 11종류 정도 발표 된 것이 첫 번째 출판물이 발표 된 후 50여년이 흐른 1979년이다.

현존하는 논문이나 문헌을 검토한 프르스텐버그(Furstenberg)는 ‘가족생활주기’(1979)에서 차후 재혼관계에 대한 연구에 필요한 10가지 논제를 밝혔다.⑫

전혼 경험이 재혼에 미치는 영향/ 이혼적응이 재혼에 미치는 영향/ 생애사건들과 경험들이 재혼에 미치는 영향/ 자아상과 자아정체감이 재혼에 미치는 영향/ 재혼 후 부부관계의 변화들/ 재혼의 사회적 인식/ 전혼 배우자와 재혼 후 배우자 들 간의 관계/ 자녀양육의 수행정도/ 전혼 친족관계의 유지기간 정도/ 새로운 친족관계의 진척정도

이혼과 재혼이 늘어나는 우리사회도 이 부분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사실 이러한 논제의 내용들이 빠른 사회정보로서 입수되거나 사회화 된다면 재혼에 들어선 가족들에게는 훌륭한 정보로서 가치있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재혼가족을 위한 전국적 규모의 자조(Self-Helf)기구와 자활기구로서 '미국 재혼가족협회'도 창립되었다.

이런 협회와 연구자들의 추가적인 노력들에 의해 재혼가족들이 초혼가족들과는 기능이 다르고 독특한 관계와 상호작용의 유형을 지니고 있음을 개념화하여야 한다는 신념이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또한 그들은 재혼가족이 지닌 문제점만을 부각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삶의 장점도 중요시해야 한다고 본 선각자이기도하다. 이러한 시도는 재혼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일반적인 시각들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 200편이 넘는 연구물이 검토 될 수 있었지만 적용 할 수 있는 이론의 부족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8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는 재혼가족에 관한 전반적 연구가 시도되면서 전국적 규모의 표본들이 산출되고 또한 재혼가족의 복잡성을 설명하려는 연구가 함께 병행 되었다.

‘이혼 저널’(The Journal of Divorce)이 ‘이혼과 재혼 저널’(The Journal of Divorce and Remarriage) 로 개명 된 것은 1990년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년의 재혼을, 생애 경로상 문화적으로 기대되는"규범적 스케줄"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는 가족이데올로기의 고수 등은 재혼가족 연구 분야가 사회인식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유도 하면서 해결해야 할 전제 과제이기도 하다.

▷ 우리의 경우

결혼 문화가 우리와 다른 외국에서는 미흡하나마 1970년대에 재혼에 관한 연구가 부분적으로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이혼과 재혼율이 거의 서구 수준에 육박하고 있지만 이에 관한 논의나 전문연구는 극히 미비한 논의의 초기단계에 와 있는 실정이다.

근래에 들어와서 갑자기 불어나는 이혼율과 이어지는 재혼현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우리사회에서도 일부 결혼정보회사와 언론들이 이에 대한 단편적인 통계치를 내놓고 있는 것은 그나마 최근의 일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국내에서 재혼 교육 프로그램을 꾸려나가고 있는 기관은 많지 않다. 많지 않다기 보다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표현 하는 게 옳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 늘어나는 황혼이혼과 이에 따른 황혼재혼에 대해서는 필자가 재작년에 출간한 디셈버메리지(December Marriage/황혼재혼이야기, 키메이커출판, 2015)가 현재까지도 유일한 도서목록이다.

결혼정보회사들이 늘어나는 이혼과 재혼에 대비해 비록 상업적 차원의 일환이지만 자체적으로 상담경험을 쌓으면서 남겨진 제한적정보가 있을 수 있다. 각 언론사에선 기획기사로 재혼을 간간히 다루어 줄 정도이다.

한국가족상담 교육연구소는 1998년 5주년 학술세미나에서 ‘또 하나의 우리, 재혼 가족’이라는 주제로 ‘재혼 가족에 대한 실태 연구와 재혼 준비 교육프로그램 모형 개발’ 연구보고서를 펴냈다. 이후 1999년 정현숙·유계숙·임춘희·전춘애·천혜정 등이 공동으로 재혼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를 마련했다.

경북여성정책 개발원에서 '재혼가족의 실태와 가족기능 강화방안'(2004-1연구보고서/이영석 정일선 연구원)이라는 의미있는 연구서가 나왔는데, 문제는 이런 재혼관련 연구목록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2015년 1월 여성가족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출범한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운영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http://www.familynet.or.kr)에서도 재혼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최근의 자료라 하더라도 2014년 3건, 즉 새가족 세우기 ‘재혼가족 부모교육’, 재혼가족통합프로그램-새가족 새우기, 재혼가족을 위한 '우리가족, Healing Time!' 이 전부다.

가족 관련 단체와 종교 단체에서 재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필요로 하는 재혼가족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재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결혼정보회사 등을 중심으로 배우자를 만나면서 충분한 준비 없이 속전속결로 재혼에 골인하는 추세다.

결혼정보회사내의 커플매니저나 전문 상담가들이 있지만 재혼 이후 실질적인 결혼 생활보다 재혼 이전 '조건' 등에 초점을 맞추고 ‘우선 결혼을 하면 다 잘 해결 된다’는 식의 상담에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성혼'자체가 회사의 수익과 관련 있다 보니 상담가들이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로의 조건에 맞춰 결혼 상대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은 좋지만 준비와 전문적인 교육 없이 성혼 중심으로 이뤄지는 재혼은 또 한 번의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재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것도 재혼 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⑬

우리의 경우 ‘상담’ 문화가 아직 긍정적으로 인식되지 못한 상태에서 재혼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더해지면서 이들이 재혼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나 공개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꺼려한다. 실제 필자가 운영하는 싸이트(블로그/상담메일)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 할 수 있는데, 방송 등 미디어에서 상담 사례 등의 추천의뢰가 들어와 당사자 선정을 위해 상담 받았던 분들과 접촉을 해보면 하나같이 방송출연에 대해 손사례를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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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재혼에 대한 새로운 인식제고

미국의 유명한 가족 연구가인 앤드류 쉘린(Andrew J.Cherlin)이 1981년『결혼, 이혼, 재혼 Marriage, Divorce, Remarriage』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였다. 1992년 출간된 개정판 서문에서 쉘린은 그동안 변환된 관계방식과 생활방식을 표현하기 위해, 책제목이 본래는 “동거, 결혼, 이혼, 더 많은 동거, 그리고 필경 재혼”이 되어야 한다고 쓰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제목은 분명 너무 길고 불편하기 때문에 옛날 제목을 그대로 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쉘린은 점점 증가하는 다양한 생활 방식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 다음의 가설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빌이 열 살이었을 때 그의 부모는 헤어져 이혼하게 되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살았고 토요일마다 아버지를 만났다. 4년이 지나 어머니는 재혼을 했고 빌은 계부를 얻게 되었다. 18세 때 빌은 대학을 가기위해 집을 떠났고 시험 후 그의 여자 친구와 한 집으로 이사했다. 1년 반 후 그들은 결혼을 했고 곧 아이를 낳았다. 몇 년 후 결혼 생활은 파경을 맞았다. 빌과 그의 아내는 결국 이혼했고 빌의 아내가 양육권을 얻었다. 3년 후 빌은 이전의 결혼에서 얻은 아이가 하나 있는 여자와 결혼했고, 둘 사이에서 또 한 아이를 낳았다. 빌의 두번째 결혼 생활은 그가 죽을 때까지 35년간 지속되었다.”

쉘린이 덧붙이듯 이러한 생활사는 오늘날에도 딱히 평균적이거나 다수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사실은 그것 또한 더 이상 비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이 예에서 나타난 사건 모두를 겪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과 이혼과 재혼 그리고 혼전 동거의 수가 가까운 미래에 줄어들지 않는다면 그들은 많은 사건들을 겪게 될 것이다. 또 훨씬 더 많은 젊은이들이 더 복잡한 가족사를 보여줄 것이다.⑭ 그래서 드레이크 베어 (Drake Baer)는 발렌타이데이를 맞이해 뉴욕매거진(New York Magazine)에 최근 기고한 글의 표현은 “재혼은 새로운 미국의 결혼이다”⑮ 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이제 우리주변에서도 막 시작되고 있다.

▷ 재혼/아는 게 힘이 되지만…

물론 재혼 교육 프로그램이 100% 안정적인 재혼 가정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예측 가능한 갈등에 대처할 수 있고 비현실적인 기대로 힘들어하는 시간을 분명히 줄일 수는 있다.

부부관계를 견고히 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재혼 가정 자녀들에게 안정을 찾아주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부모의 관심과 참여, 가족 관련 단체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 정부 정책이 손을 맞추어야 한다.

사실 재혼은 아는 게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혼에 대해 알려 주는 곳이 없다. 그나마 인터넷상에 '이혼남녀' 또는'재혼카페'등을 통해 자신들이 경험과 고민 등을 나누면서 정보를 공유 할 뿐 학회 등 전문기관도 없고 또 이에 대한 전문가도 없어서 재혼에 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사회적 편견은 또 다른 장벽

재혼가족이 내부적으로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데 성공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바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들이다. 재혼한 지 10년이 넘은 주부 황 모 씨의 경험담이다.

“남편의 전처가 낳은 딸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얼마 후의 일이에요. 나는 아이를 키우는 데 떳떳했기 때문에 담임교사한테 솔직하게 계모라는 사실을 밝혔더니 선생님이 딸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군요. 한번은 아파트 경비원이 내 딸 아이를 세워 놓고 너는 왜 아빠와 성이 다르냐라고 물어 아이가 울면서 집에 온 적도 있어요.”⑯

사실 이혼과 재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재혼가족 당사자들은 아직 떳떳하게 ‘양지’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녀를 데리고 재혼한 부부들은 재혼가족이라는 사실이 노출돼 자녀가 혹여 상처라도 받을까 매사에 조심스럽다.

가족문제 전문가들 역시 재혼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 편견이 재혼가족의 안정을 흔드는 훼방꾼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상담기관 관계자는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살 수만 있다면 이혼이든 재혼이든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이를 두고 타인들이 왈가왈부할 일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혼가족들의 바람도 한결같다. 그들 스스로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어가기에도 힘이 부치는 터에 밖에서 흔들지는 말아달라는 하소연이다.

당사자들은 “재혼가족도 하나의 가족 형태일 뿐이에요. 색안경을 끼고 자꾸 이상하게만 보려고 하는 시선들이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사람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⑰

정부 차원의 지원과 계획도 중요하다. 정부는 2004년 2월 제정된 건강가정지원법에 따라 중앙, 시·도, 시·군·구에 의무적으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설치해 지역별로 가정 지원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재혼 관련 상담 등을 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재혼 관련 교육 프로그램은 아직 없다.

여성가족부 가족지원팀 담당자는 “현재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한 가족 지원은 결혼 준비나 부부 갈등, 이혼과 관련된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여성가족부는 재혼 관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으며, 연구용역을 통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일부 센터에서 진행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⑱ 하지만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자체의 부서기능을 축소시킴으로서 이에 대한 지원과 정책이 수립될지는 미지수이다.

재혼가족들은 자신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현재는 이 문제를 어디에도 하소연 할 데 없는 상태에서 어려움을 이겨 나가고 있다. 삶의 질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① Renee Jacques,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은 8가지 이유, 허핑턴포스트US, 2016년 06월 08일

② 매일경제[뉴스속보부], 20~30대 남녀, 59.4% '황혼재혼' 의향 있다, 2011.01.27

③ 고재만 기자, '인생2막' 당당히 여는 재혼커플들, 매일경제, 2008.05.17

④ 유나니 주간조선 기자, [라이프] “한번 실패 어때서?”…당당한 재혼 늘고 있다, 주간조선[1693호], 2002.03.07

⑤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교황 "이혼·재혼자를 비정상으로 부르지 말라", 2015/06/24

⑥ 조연경 기자, 짝 여자3호 25살 최연소 돌싱 ‘결혼 출산 이혼’ 4년만에... 뉴스엔, 2012.01.19 [지난1월 18일 방송된 SBS '짝'에서는 '어게인 돌싱특집' 누구보다 상처 많고 누구보다 짝을 필요로 하는 이혼 남녀들의 짝 찾기 이야기가 펼쳐졌다]

⑦ 최갑천 기자, “‘면접교섭권 거부’로 친권·양육권 박탈”법원, 파이낸셜뉴스. 2009-04-15

⑧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이혼 여성 등 못 받는 양육비, 국가가 대신 받아준다, 2015.03.24

⑨ 허인정 기자 외, 편모․편부․독신 '가족 재구성'…재혼산업 100억대 성장, 조선일보, 2005.06.17

⑩ [그 여자네] 홍미영 의원의 ‘솔직담백’ 재혼일기, 경향신문, 2006년 9월 20일

⑪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4번째 결혼?" 재혼커플 또 이혼하는 이유, 2012.05.02

⑫ L.H.가농& M.콜맨, 재혼가족관계, 김종숙 역, 한국문화사(2003), p.25-38 참고 내용정리

⑬ 안인용 기자, “당신의 방황을 줄여드립니다”, 한겨레21, 2006년 10월 24일

⑭ 엘리자 베트벡-게른스하임,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 박은주 역, 새물결(2005), p.37-38

⑮ By Drake Baer, Remarriage Is the New American Marriage(http://nymag.com), February 14, 2017

⑯ 김윤현 기자 , [커버 · 재혼가정 행복 만들기] 험난한 행복 찾기 '재혼', 한국아이닷컴, 2007.05.11

⑰ 김윤현 기자, 위의 글

⑱ 안인용 기자, 위의 글

[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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