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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번엔 영국 심장부 덮쳐…유럽 맴도는 ‘테러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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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테러 1주년에 민주주의 본산 런던 의사당 노려

니스·베를린처럼 총·폭약 아닌 차 이용 ‘로테크’ 수법

40여명 사상, 한국인 1명 중태…IS “우리 전사가 공격”

“테러가 민주주의의 심장부를 덮쳤다.”

이번엔 영국이었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민주주의의 본산이라고 영국이 자랑하는 의사당에서 테레사 메이 총리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의원들과의 문답을 막 마친 뒤였다. 장관과 의원, 의회 직원들이 웨스트민스터를 메우고 있었다. 22일(현지시간) 의원들이 메이 발언에서 나온 내용들을 놓고 표결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경보가 울렸다. 의사당으로 이어지는 템스강의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괴한이 차량을 몰아 인도로 돌진하고, 의사당에 이르러 경관을 살해하는 공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은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벨기에 브뤼셀 연쇄 테러 1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그 후 프랑스 니스와 독일 베를린에서 잇달아 트럭을 몰고 행인들에게 달려드는 차량 테러가 일어났다. 이번에 런던에서 비슷한 공격이 일어나자 유럽은 다시 테러 공포에 빠졌다. 런던경찰청의 마크 롤리 치안감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대책을 세워왔으나 슬프게도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의사당을 노린 이번 테러에 “테러가 권력의 중심을 덮쳤다” “민주주의를 향한 공격”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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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격 수법은 니스·베를린에서 벌어진 공격과 거의 유사했다. 총기와 폭약 대신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로테크(low-tech)’ 테러는 막기 힘들다는 것이 또다시 확인됐다. 유럽 어디도 테러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도 보여줬다. 런던에서는 2005년 7월7일 지하철 등을 노린 대규모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났고, 그 뒤에도 여러 차례 테러 시도가 적발됐다. 영국은 시리아 이슬람국가(IS) 전투원 자원자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용의자는 오후 2시40분쯤 현대 i40 승용차를 몰고 관광객들을 향해 돌진했다. 스페인 출신의 여성 등 2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다친 사람들 중에는 한국인 관광객 5명도 있었다. 그중 1명은 중태다. 당시 다리에는 의사당 명물 시계탑 빅벤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한 여성은 차를 피하느라 다리 아래 강물로 떨어졌다가 구출됐다. 용의자는 의사당으로 달려가 흉기로 경찰관 1명을 살해한 뒤, 출동한 경찰에게 사살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외로운 늑대’ 같은 자생적 극단주의자의 단독범행으로 보고 있다. IS는 사건 다음날 연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용의자는 “IS의 전사”라고 밝혔다. IS는 지난해 니스·베를린 테러 때도 같은 반응을 내놨다. 범행에 쓰인 회색 차량은 공격 직전 버밍엄에서 렌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밤 런던과 버밍엄 등지에서 사건 관련자 8명을 체포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몇 분 만에 의사당을 빠져나온 메이는 총리 관저에서 긴급회의인 코브라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이튿날 오전 하원성명에서 “용의자는 영국 태생이고 몇 년 전 폭력적인 극단주의 우려로 한 차례 정보기관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테러는 민주주의를 침묵시키려 하지만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숨진 경찰관 키스 팔머의 경찰번호 933에 맞춰 이날 오전 9시33분부터 1분간 묵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1년 전 테러를 당한 벨기에의 샤를 미셸 총리는 트위터에서 “벨기에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영국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25일 유럽 통합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 60주년을 맞아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의를 열 예정인 이탈리아는 테러 경계를 강화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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