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yes+ Tour] 자박자박 봄을 깨우는 발.걸.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괴산호 끼고 구불구불.. 병풍 두른 산 그늘 아래.. 흙내음 물씬나는 4㎞
탁 트인 호수 보니 눈이 시원.. 돌아갈땐 유람선 뱃놀이 즐겨볼까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 괴산(충북)=조용철 기자】 봄이 손을 흔든다. 저만치 있던 봄이 어느덧 가까이 와 있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 살랑살랑 코끝을 스쳐가는 봄바람이 불면서 어디론가 떠나게 만드는 계절이 찾아왔다. 충북 괴산군 관광지도를 살펴보면 온통 파랗다. 그만큼 산이 많다는 증거다. 산이 많으니 계곡도 많다. 쌍곡과 선유동계곡, 화양동계곡, 갈은계곡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계곡들이 밀집해 있다. 괴산 와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막이마을까지 연결됐던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지난 2007년 갈은권역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으로 조성된 산막이옛길은 괴산호를 따라 4㎞의 산길을 천혜의 자연 그대로 복원하고 나무 테크길을 따라 테마가 있는 30개의 스토리텔링을 담아 볼거리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대표 명품길로 자리 잡았다.

장막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막혀 있다는 뜻을 가진 '산막이' 역시 산이 만들어낸 지명이다. 산으로 막힌 마을로 불리는 산막이마을은 달천을 가로질러 건너야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오지였다. 산에서 채취한 나물이나 버섯, 약초 등을 강 건너 읍내에서 열린 장에 내다파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었다. 하지만 댐이 건설되면서 물길마저 사라졌고 산막이마을은 한층 오지가 됐다. 그래서 태어난 길이 현재의 산막이옛길이다.

세상과 단절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만든 길인 산막이옛길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을 이어주던 4㎞에 걸친 옛길이다.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됐지만 그전에 있던 길은 분명히 옛길이 맞다. 이 산막이옛길을 최근 들어 매년 14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고 하니 이제 오지라는 명칭이 무색해진다.

주차장에서 괴산호의 멋진 풍경을 만나기까지 오르막길을 만난다. 농특산물 지정 판매장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 관광안내소, 소나무동산에 이르면 계단길로 이어진다. 소나무동산에는 족히 수령 40년은 돼 보이는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구불구불 자라난 소나무와 돌담길이 제법 운치 있다.

언덕 위에 이르면 괴산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길 중간준간에 설치된 흔들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제법 눈에 띈다. 소나무 숲 너머로 괴산호와 산막이옛길을 탄생시킨 주인공인 괴산댐이 얼굴을 내비친다. 괴산댐은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달천을 가로막아 만든 댐식 발전소다. 6·25전쟁 이후 파괴된 전력시설을 재정비하고 복구하기 위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우리 기술로 건설했다.

호수를 따라 이어진 나무데크와 흙길을 지나 완만한 길에 다다르면 제법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그리고 곧 산막이옛길의 최고 명소 중 하나인 소나무 출렁다리에 다다른다. 소나무 숲 사이로 출렁다리를 연결한 이 다리를 지나면 재미와 함께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소나무 출렁다리를 지나면 산막이옛길 곳곳에 재미를 더하는 다양한 볼거리를 만난다. 벼를 재배했던 논으로 빗물에 의존해 모를 심었다는 연못인 연화담을 지나 노적봉, 성재봉, 옥녀봉, 군자산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망세루가 여행객을 반긴다. 예전에 실제로 호랑이가 살았다고 전해지는 호랑이굴 앞에는 호랑이 조각상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지나는 여행객을 노려본다. 야생동물들이 목을 축였다고 알려진 노루샘, 매의 형상을 한 매바위, 여우비를 피해 잠시 쉬어가던 여우비바위굴, 앉은뱅이가 약수를 마시고 나았다는 앉은뱅이약수, 골짜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이 내려오는 얼음바람골이 차례로 이어진다. 산막이옛길의 가장 아름다운 쉼터로 알려진 호수전망대가 바로 눈앞이다.

호수전망대를 지나면 또 한 차례 장관이 펼쳐진다. 꾀꼬리전망대(고공전망대)다. 40m 벼랑 위에 설치된 꾀꼬리전망대는 강화유리를 설치한 바닥을 바라보면 마치 공중에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마치 꾀꼬리가 버들잎이 새로 피어날 때 그 위를 나는 모습처럼 청산 속에서 공중에 떠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연인끼리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괴산호를 바라보며 사랑을 확인하는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마흔고개는 산막이옛길에서 가장 험한 구간이다. 마흔고개를 넘어서면 다래숲동굴과 진달래동산을 지나 산막이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몇 가구 안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산막이마을은 선착장까지 이어지는 길이 제법 정겹고 포근하다. 선착장에 도착하면 비로소 산막이옛길의 짧은 여정이 마무리된다. 잠시 쉬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유람선을 타고 산막이옛길 입구인 차돌바위선착장으로 돌아나오는 방법도 있다. 유람선을 타면 새로운 풍경들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삼성봉, 천장봉, 등잔봉, 국사봉을 잇는 둥글둥글한 산세가 드넓게 펼쳐지고 벼랑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산막이옛길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꾀꼬리전망대가 호수 위로 아슬아슬하게 나와 있다. 왼편으로는 해발 948m의 군자산이 겹겹이 이어지고 괴산호 물가에는 봄소식을 알리는 나무들이 즐비하다. 괴산호를 둘러싸고 있는 산세를 정신없이 감상하다 보면 금세 선착장에 다다른다.

yccho@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