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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갈수록 균열 커지는 민주당… “범죄 혐의 땐 형사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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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투표 결과 유출’ 파문 확산

세계일보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본격 촉발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안희정 후보 간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 전국 250개 투표소에서 지난 22일 거행된 현장투표의 일부 개표 결과가 유출된 사건이 벌어지면서다.

‘국민 축제로 치르겠다’며 대규모 경선 성공을 자신하던 민주당은 23일 진상 규명을 약속하며 사건 수습에 나섰다. 당 선관위는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진상조사위 구성 및 위법사항 형사고발 방침을 정했다. 양승조 선관위 부위원장은 “(유출 추정 자료는) 어깨 너머로 본 정도이며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며 사건 파장 최소화에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로부터 “예고된 참사도 막지 못한 준비 안 된 세력”이란 비판을 듣는 등 체면을 잔뜩 구긴 모양새다.

안·이 후보 측은 “선관위가 진상조사를 해야 할지 받아야 할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안희정 캠프 대변인 강훈식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산에선 개표 1시간 만에 ‘민주당 경선 부산 문재인 압승’이란 보도가 나왔고, 당 지역위원회에서 개표 결과를 ‘카톡’에 올린 사람들이 있는데 수사 의뢰를 요청해야 한다”며 추미애 당 대표의 공개 사과 및 수사 의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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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은 전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경선후보가 2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도의회에서 전북 발전 공약 발표식에 참석해 손뼉을 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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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은 진도로…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경선후보가 23일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진도=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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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은 광주로…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경선후보가 23일 광주 서구 염주동 빛고을체육관에서 지역 인사들을 상대로 정견을 밝히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당 조사 결과 총 6명의 지역위원장이 전날 지역위원장 대화방에 각 후보 득표수 집계 결과를 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별뜻 없이 올렸다”는 취지로 해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은 전날 개표 결과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안 후보 측이 현장투표 유출에 민감한 것은 향후 선거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호남 경선(27일)을 앞둔 상황에서 최근 문 후보의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 등으로 안 후보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악재가 터졌다는 인식이다. JTBC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후보는 호남에서 전 주보다 11.7%포인트 하락한 반면 안 후보는 5.2%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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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 측 역시 홍재형 당 선관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유출 사건 배후를 의심하고 있다. 이 후보 측 정성호 총괄본부장은 이날 “전체 경선의 일부라 해도 개표가 공개되면 특정후보 측에서 ‘대세가 형성됐다’는 선전·홍보효과를 강화시킬 수 있다”며 “조직적으로 의지를 갖고 노력하지 않으면 개표 결과를 취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표 유출 배경으로 지목받고 있는 문 후보 측은 “압도적으로 문 후보가 이긴다는 식으로 나오는 건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안 된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문 후보는 이날 직접 기자들에게 “개표가 된다면 참관인이 있기 때문에 그 결과는 조금씩 유출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선 축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치는 일은 조금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후보 측과 다른 주자 간 갈등의 골은 계속 깊어지는 상황이다. 안 후보는 이날 광주 지역 연설에서 “지난 두달 동안 밤마다 고통스럽게 지냈다. 대연정, 그냥 표 얻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며 “30년을 민주당에 헌신한 저 안희정을 하루아침에 배신자 만들고 무원칙한 ‘정치판 정치꾼’으로 만든 게 동지들의 우정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저의 새로운 민주주의 비전을 ‘배신했다, 너무 벗어났다’고 말하는 어느 후보 말을 들으면서 화가 나기 전에 그분이 다음 대통령직을 이끌 미래비전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문 후보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박성준·김달중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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