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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믿고보는’ TV칼럼니스트 이승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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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잠깐 독서

한겨레

예능, 유혹의 기술-예능에서 배우는 기획과 설득의 기술
이승한 / 페이퍼로드·1만5800원


“내가 왜 화내는지 몰라?” 예수도, 석가도 모른다는 ‘난제’가 대중문화 기획자들에겐 익숙한 고뇌다. 같이 달갑게 밥을 먹어줄 누군가와 화려하지 않아도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향한 욕망을 반영한 ‘먹방’에 환호했던 대중들은, 밥상 앞에 아이돌을 끌어온 <잘 먹는 소녀들>은 외면했다. 말하지 않거나 말해선 안 되었거나 때로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욕망의 결을 보듬는 것은, 예민한 안테나와 균형 감각을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중인 ‘술탄 오브 더 티브이’의 칼럼니스트 이승한은 믿고 보는 필자다. 칭찬은 다른 비평가들의 그것보다 정교한데, 비판은 정곡을 찔러도 피를 보지 않는다. 애정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는, 성실하고 두터운 관찰로 감싸인 까닭이다. 약한 존재를 보는 시선이 시혜적이지도, 계몽적이지도 않다는 점은 특히 높이 살 만하다.

그가 최근 펴낸 <예능, 유혹의 기술>은 ‘예능에서 배우는 기획과 설득의 기술’이라는 경영서 같은 부제를 달았는데, 누군가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이 기획이라면 예능은 늘 그 첨병에 서 왔다는 점에서 적절하다. 특유의 관찰력으로, 시대를 읽는 선구안을 가졌던 이들을 짚는다. 혼자인대로 괜찮은 듯한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들이 1인 가구의 정서를 위무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시대적 흐름과 역류한다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는 <미운 우리새끼>가 갖는 가치를 짚어주는 균형감각. <삼시세끼> 나영석의 리더십을 논하며 “그 의견만으로 질책을 당하거나 아예 묵살당할 일이 없는 환경”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을 읽는 능력” 두 가지를 함께 꼽는 것. 모두 이승한답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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