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임종룡·이동걸의 대우조선 반성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 바꾼 것, 구조조정 책임자로서 송구"

오해·근거 없는 비판엔 적극 해명

뉴스1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2017.3.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 "책임을 미루거나 회피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금융당국 책임자로서 정말 송구스럽다."

대우조선해양 추가 유동성(2조9000억원) 지원과 관련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3일 한 말이다. 임 위원장은 "4조2000억원 외에 더는 신규자금 지원이 없다고 했지만, 오늘 또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게 됐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지적하는 것처럼 '말 바꾸기'가 맞다"고도 했다. 2015년 말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직접 짜고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책임을 비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이날 "채권단이 장기 시황부진과 내재적 위험 요인을 보다 보수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임 위원장은 국민에게 '반성문'을 써내면서도 여러 오해와 근거 없는 비판에 대해선 단호하게 해명했다. 당국자의 정책적 판단을 고의나 과실 유무와 무관하게 사후적이고 결과론적으로 평가하는 데 대한 섭섭함도 진하게 묻어났다.

임 위원장과 금융위원회 구조조정팀이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유동성 지원을 검토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수주절벽에 따른 유동성 위기와 자본잠식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자본확충 논의가 오갈 무렵이었다. 신규 수주가 절실했지만 대우조선은 '공개입찰' 참여까지 제한된 상태였다. 수주절벽이 계속됐다. 1조원에 달하는 소낭골 드릴십 인도 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또다시 선택해야 하는 상황.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보내면 56조원(거제대 산학협력단)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됐다. 딜레마에 처했지만, 지난해 12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8000억원을 출자전환해 자본잠식에 빠진 대우조선에 자본을 넣고 본격적인 추가 신규자금 검토에 들어갔다.

뉴스1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 유동성 지원 대책과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또 다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2017.3.23/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임 위원장은 "당시 신규자금 투입 가능성을 공개했더라면 대우조선이 추진하는 자구 노력이 이완될 우려가 있었고 시장에 미칠 영향도 컸다"며 "분명히 말하지 못한 점은 거듭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임 위원장은 올해 1월 외부 기관(삼정KPMG)에 종합 실사를 맡기면서 대우조선 도산 시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검증해보라고 지시했다. 회계법인은 59조원의 국가 경제적 손실위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임 위원장은 "숫자를 부풀려 '공포 마케팅'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위험에 노출된 분명한 팩터(factor)를 가지고 현실적인 가정에 따라 최대치를 추정한 것"이라며 "유동성 지원을 위한 소재라는 건 오해"라고 단호하게 강조했다.

대우조선의 유동성 부족자금 실사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조선업황과 수주 예측 실패의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서다. 대우조선은 올해 55억달러 규모의 신규 수주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미 확정적인 20억달러만 반영하기로 했다. 부족자금 규모가 2018년 하반기 최대 5조1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 이유다.

임 위원장은 "많은 비난과 책임론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대우조선은 국내 조선산업과 국민경제, 채권회수 측면에서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선 험난한 과정이 많이 남아 있다. 대우조선 노조와 이해관계자들이 고통 분담에 참여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말을 맺었다.
bborirang@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