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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대우조선 구하기'…신규자금 2조9천억원 추가 투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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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사채권자도 손실 분담하라"…강도 높은 채무재조정 전제

채무재조정 실패시 'P플랜(워크아웃+법정관리) 돌입' 배수진

재무구조 개선 뒤 내년 M&A…"조선 '빅3'→'빅2'로 바꿔야"

연합뉴스

[그래픽] 대우조선 추가지원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국책은행이 침몰 위기에 내몰린 대우조선해양[042660]에 신규자금 2조9천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2015년 10월 4조2천억원 지원을 결정한 뒤 "더 이상의 추가자금 지원은 없다"고 했으나 전격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자금 지원에는 대우조선에 돈을 빌려준 국책은행, 시중은행과 회사채 채권자가 대출금 2조9천억원을 주식으로 바꿔주는(출자전환) 등 강도 높은 채무 재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채무 재조정에 실패할 경우 채권단은 대우조선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새로운 기업회생 방식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P플랜)에 집어넣기로 했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 방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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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우조선에 자금 투입을 결정한 지 1년 5개월 만에 추가 지원을 발표하게 된 것은 이 회사가 당장 다음 달부터 유동성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4월 21일 4천40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회사채 1조5천억원을 갚아 내야 한다.

2015년 중순 5조원대 분식회계가 드러난 후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출자전환을 통해 7조원 이상이 수혈됐지만, 수주 절벽이 길어지면서 회사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지원 방안의 핵심은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를 포함한 모든 채권자의 손실 분담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독박'을 쓰는 구조를 더는 끌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채권 금융기관과 사채권자들은 대출금 총 2조9천억원을 출자전환한다. 나머지 9천억원은 만기를 3∼5년 연장하고, 이자를 연 1%대로 대폭 낮춰줘야 한다.

이해관계자 간 손실분담 원칙에 따라 제시한 채무재조정 방안을 보면, 손실부담은 '국책은행>시중은행>사채권자' 순서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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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대우조선해양 추가지원까지 일지



산은과 수은은 무담보채권 1조6천억원을 100% 출자전환하게 된다. 시중은행들도 7천억원의 무담보채권을 8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연장해줘야 한다.

사채권자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50%를 출자전환한 뒤 나머지는 만기연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채권단이 이런 방안에 합의하더라도 한꺼번에 지원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처럼 한도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최소한의 부족자금만 넣어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들이 이런 '고통 분담'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대우조선의 회생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채무재조정에 동의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면 발을 빼려 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이 배를 새로 수주할 때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도 산은·수은·무역보험공사 등과 적정 비율로 분담해야 한다.

이에 산은과 수은은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가 채무 재조정안을 거부할 경우 곧바로 대우조선을 P플랜으로 보낸다는 '배수진'을 쳤다.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에 들어가면 법원이 강제로 채무조정을 하게 돼 채권자가 더 큰 폭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P플랜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전제로 3개월 정도의 단기 법정관리를 거친다. 법원이 빚을 신속하게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실행될 경우 대우조선이 첫 사례가 된다.

채권단과 정부는 벌써 회생법원과 P플랜 돌입에 대비한 협의를 시작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제로 P플랜에 돌입한다고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돌입 가능성을 낮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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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갈 길은
지난해 6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골리앗 크레인 위로 근로자 2명이 점심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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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위기 대우조선해양 추가지원 (PG)
[제작 조혜인]



대우조선도 임금 삭감, 감원 등 추가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임금 반납·무급 휴직을 통해 올해 인건비를 25% 줄이고 현재 1만명인 직원(직영인력)을 1천명 더 줄이기로 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에 '무분규 동의서'도 받을 계획이다.

시중은행과 회사채 채권자가 채무 재조정에 합의하고 대우조선 노조가 자구계획 이행에 협력할 경우 산은·수은은 신규자금 2조9천억원을 대출 형태로 절반씩 투입한다.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들이 출자전환한 주식이 원활하게 현금화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중 대우조선 주식거래 재개도 추진하기로 했다.

산은은 대우조선이 당장 도산하면 국가 경제적 비용이 59조원 발생한다면서 회사를 살려두면 도산 시 파급 효과를 26조원(2020년 말 기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수주해 짓고 있는 배 110여척의 계약 취소와 대우조선에 딸린 근로자 5만명의 실직, 협력업체 도산 등을 가정한 금액이다.

더 큰 손해를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지만 대우조선에 "돈이 더 들어갈 일은 없다"고 장담했다가 1년 반도 안 돼 말을 바 데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와 산은은 "장기 조선불황을 예측하지 못했고, 회사의 위험 요인에 더 보수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정부와 산은은 대우조선의 부실을 초래한 저가 수주 선박이 70% 이상 인도되는 2018년까지 회사를 살려둔 위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계획이다.

임종룡 위원장은 "2015년 10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뿐 아니라 여러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비공식적으로 대우조선 매각을 타진했으나 인수하겠다는 주체가 없었다"며 "부실하고 방만하게 커진 대우조선의 주인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회사 매출 규모를 지금의 절반인 6조∼7조원 수준으로 줄여 단단하고 건실한 회사로 만든 후 매각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chopark@yna.co.kr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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