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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취재수첩] 게임문화재단, 대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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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게임문화재단이 표류하고 있다. '기금 고갈'이라는 난제를 풀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때 1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말 이미 재단 예산이 1억원이 채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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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은 기업 후원금으로 운영되지만 '제 코가 석자'인 게임업체들이 또 다시 기금을 출연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재단 발족을 주도했던 문화체육관광부도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재단 이사장은 공석이다. 정경석 이사장은 지난달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재단 운영에서 손을 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2년의 임기를 마쳤으나 뒤를 이을 이사장이 없어 임시적으로 자리를 유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이사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전전 이사장으로부터 연속성을 가지고 사업한 것은 힐링센터말고는 없다'며 '모든 것이 축소된 상황에서 쥐어짜서라도 포럼도 하고 청소년기자단도 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재단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재단 현황과 관련해 '후임 이사장이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외부에선 정 이사장과 재단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기금이 없다'는 핑계 이전에 주도적으로 활동을 한 게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인사는 '거기는 공무원 조직같더라'며 재단 사업 활성화는 뒷전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인사들도 '돈 없다 핑계를 대는 조직', '제 기능을 상실한 조직'이라는 뼈아픈 지적을 내놨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게임문화재단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다. 문체부에선 결산감사 등의 보고만 받을 뿐 관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업계에선 '정부가 승인을 내준 단체인데 당연히 관여를 해왔다'고 보고 있다.

재단 운영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봐온 업계 관계자는 '문체부가 뒤늦게 재단을 살리려 했지만 뭔가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살릴 것 아닌가'라며 '사회공헌 등으로 업계 구심점 역할을 바랐겠지만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은영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사무관은 이 같은 외부 비판에 대해 '재단 활성화가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은 알고 있다'면서 '지난 2월 이사회 때 인적 쇄신을 통해서 재단을 바로 세워보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문체부 얘기대로 게임문화재단은 이사회에서조차 비판을 제기할 정도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적 쇄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기금 확보에 대한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그러나 재단 운영에 대해 이러저러한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기금이 모일 리가 만무하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그동안 재단 운영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허투루 운영돼왔다면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재단이 바로 설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인 게임문화재단의 몰락은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관 주도의 게임문화사업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볼 수 있고 업계가 제 살길을 고민하느라 거시적 안목이 필요한 문화사업엔 뒷전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답이 없다면 게임문화재단의 간판을 내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선 재단이 당장 문 닫는다 해도 아쉬워하는 분위기는 없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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