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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MD의 추천] 소금 퍼포먼스에 순간주문 콜 `대형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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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PLATE 스테이크' 기획한 김구환 현대홈쇼핑 MD

매일경제

지난 1월 현대홈쇼핑이 방송한 티본 스테이크(T-bone steak) 제품 'H PLATE 스테이크'는 소위 '즐거운 대박'으로 비명을 질렀다. 순간 주문 콜수가 1200콜까지 폭증해 상담원 주문에 자동응답(ARS)까지 마비되는, 그야말로 함박웃음 가득한 '대형 사고'가 터져서다. 이날 준비했던 물량은 38분 만에 매진됐다. 이어 지난 2월 25일 2차 방송엔 전량 매진까지 45분, 이달 16일 3차 방송에선 꼭 32분이 걸렸다.

티본 스테이크로 홈쇼핑의 역사를 다시 쓴 김구환 현대홈쇼핑 MD를 지난 19일 만났다.

"아내와 하와이로 떠난 여행에서 티본 스테이크를 맛봤어요. 최근엔 데워 먹기만 하면 되는 완(完)조리식품보다 고객 기호대로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반(半)조리식품이 주목받고 있어요. 티본 스테이크를 '홈레스토랑 상품'으로 개발해보기로 하와이에서 다짐했죠."

티본 스테이크는 알파벳 T자 모양의 뼈가 붙은 스테이크용 고기를 뜻한다. 최고급 메뉴로 꼽히지만 시중에선 원육을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가격도 비싼 편이다. 게다가 티본을 중심으로 안심과 채끝등심이 붙어 있어 간편조리용 레시피를 개발하거나 균등한 품질을 확보하기 어렵다. 김 MD는 "사실 업계에선 처음 선보이는 고급 부위와 소스여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컸다"고 회고했다.

현대홈쇼핑은 현대그린푸드와 손을 맞잡고 호주 현지 농장에서 티본 스테이크 원육을 직거래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현대그린푸드, 최현석·오세득 셰프와 협업해 최상의 조합을 찾아냈다. 유명 레스토랑를 돌아다니며 맛을 참고하다 보니 몸무게까지 느는 '직업병'도 경험했다.

"시제품이 나온 직후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에 부딪혔어요. 집에서 티본 스테이크 샘플을 테스트하려고 프라이팬을 달궜는데 고기를 올리려는 순간 티본이 너무 커 프라이팬에 들어가지 않았거든요. 일반 가정에서는 지름 28㎝ 전후의 프라이팬을 주로 사용하잖아요.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6개월 미만의 어린 소'만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단가는 다소 비싸도 아직 뼈가 크지 않아 가정용으로 알맞고 육질도 더 연해 식감도 부드러우니까요."

"방송 포맷도 2분할 화면이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기로 했어요. 방송사업부 PD와 협의해 '쿡방' 프로그램처럼 최현석 셰프와 오세득 셰프가 동시에 스테이크를 조리하는 형식으로 화면을 쪼개기로 한 거죠. 재미와 함께 긴박감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최현석 셰프의 전매특허인 팔을 쭉 뻗고 소금을 뿌리는 제스처 하나만으로도 주문 콜수가 급상승하기도 했어요. 방송에 출연한 두 셰프의 입담, 요리 시연 덕분에 매출이 잘 나왔어요, 하하."

조리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을 위해 포장지에도 아이디어를 더했다. 고객들이 쉽게 조리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포장지에 QR코드를 삽입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최현석·오세득 셰프의 요리 강좌를 볼 수 있게 한 것.

김 MD는 "H PLATE 스테이크는 반드시 셰프들의 노하우 그대로 드셔야 가장 맛있다"며 마지막 조언을 건넸다. "라면의 가장 맛있는 조리법은 라면봉지 뒷면의 레시피를 따르는 거라고 하죠. H PLATE 스테이크도 마찬가지예요."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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