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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쇼핑 & 물가] 백화점 자존심 건 `편집숍`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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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트렌드·저렴한 가격·한눈에 비교…1석3조

매일경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피숀`


지갑을 열어야 획득 가능한 모든 소비에는 기회비용이 내재돼 있다.

여기서 기회비용은 한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다른 물건 구매를 포기하는 가격 측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제품을 사고자 사용한 시간, 지출을 위해 이동한 노력이 모두 기회비용의 동의어일 수 있다.

소비의 시대정신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된 오늘날에 이르러 현대인은 더 똑똑해졌고 바빠졌으며 귀찮아졌다. 터무니없이 비싼 건 싫고, 돌아다닐 여유도 없으며, 발품 팔기에도 힘겨워하는 그들에게 꼭 어울리는 소비공간이 있다. 멀티 브랜드 스토어(Multi brand store), 달리 말하자면 '편집숍'쯤 될 이 공간은 최소한의 기회비용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공간이다.

언제부터인가 소비의 대세로 떠오른 편집숍은 최신 유행을 발 빠르게 반영하고, 상품을 직매입할 경우 가격도 저렴한 데다 한 걸음만 떼면 여러 브랜드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대한민국 3대 백화점의 편집숍 현장을 들여다봤다.

한국 편집숍의 시초는 신세계백화점의 '피숀(PISHON)'으로 알려져 있다. 무려 21년 전인 1996년 11월 개점한 피숀은 신세계 소속 바이어가 세계를 유랑하며 소싱한 생활용품을 편집숍으로 당시로선 꽤 파격적이고 이국적인 시도였다.

디자인이 세련되고 쓰임새가 좋은 유럽풍 생활명품이 피숀의 정체성이었다. 도자기, 테이블웨어, 기프트 등 상품 100여 종을 취급하는데 아스티에 드 빌라트, 리차드지노리, 마리아쥬 프레르 등 전 세계 최신 홈 컬렉션 브랜드들을 직매입했다. 현재 신세계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 3개 점포에 입점돼 있어 '원조 편집숍'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생활 분야 편집숍은 그 수를 늘려가는 추세다. 1인 가구와 여가족이 늘어나는 가운데 집 인테리어를 개성 있게 꾸미려는 '홈 퍼니싱'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작년 8월 바이어들이 해외에서 직매입한 리빙 상품을 선보이는 리빙 편집숍을 열었다. 전체 제품 가운데 해외 직매입한 제품이 90% 이상인 '르보헴'이다. 르보헴은 다이닝, 홈데코, 배스(Bath), 가구와 조명 등으로 구성해 토털 리빙숍으로 구성했는데 생활용품을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롯데백화점은 일반 생활용품에서 더 나아가 나이프 전문숍인 '셰프&나이프', 도자기 전문 편집숍인 '포셀리니아'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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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비욘드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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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된 편집숍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8월 목동점에 업계 최초로 수면 용품 편집숍인 '비욘드 슬립'을 개점했다. 매트리스, 매트리스 토퍼, 침실용품, 베개, 아로마와 향초, 침구 청소기 등을 판매하는 종합 매장으로 입소문이 났다. 수면 스타일을 분석해 매트리스를 제안하거나 베개를 무료로 렌탈해주는 서비스까지 도입한 게 주효했다. 올해 들어 월평균 방문객이 6000명을 넘어 오픈 초기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프리미엄 화장품 편집숍도 새롭게 등장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8월 판교점에 앳뷰티(At Beauty)를 오픈했다. 국내에 소개 되지 않은 프리미엄 화장품, 고급 스파·호텔 화장품, 유기농 화장품 등 20여 개의 프리미엄 화장품과 뷰티 용품을 판매하는 편집숍이다. 월평균 매출 2억~3억원을 올리는데 그중 20·30대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51% 수준이란다.

백화점들은 앞다퉈 편집숍을 오픈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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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엘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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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본점에서는 15여 개 브랜드로 구성된 바이크웨어 편집숍인 '엘사이클(el Cycle)'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올해에만 이미 7개의 편집매장을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2012년까지만 해도 편집매장이 12개였으나 2014년 실버세대 전용 잡화 매장인 '모디움', 직구 편집 매장인 '비트윈', 의류와 잡화를 함께 판매하는 'GF-8'을 추가로 오픈하는 등 편집숍 확대에 공을 들여 왔다.

백화점들은 편집숍에서 고객의 반응을 확인한 뒤 인기가 높은 브랜드들은 편집숍에서 아예 독립시켜 단독 매장 형태로 입점시키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3대 슈즈 브랜드 중 하나인 '피에르아르디',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피 브랜드인 '제이멘델', 프랑스의 실용성과 디자인을 모두 인정받은 유명 슈즈 브랜드 '로베르 끌레제리' 등을 매장으로 오픈했다. 특히 지난해 영국의 고급 문구류 브랜드 '스마이슨', 프랑스 디자이너 아크만이 이끄는 '하이더 아크만'도 선보였다. 정종견 롯데백화점 MD개발팀장은 "편집숍을 찾는 고객의 수요가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면서 상품군별로 새 콘셉트의 편집매장을 선보이고 있다"며 "브랜드와 매장 수를 꾸준히 확대해나가는 한편 유통과 패션의 시너지를 통해 구매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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