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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변창흠 SH공사 사장 "도시 떠난 젊은층 돌아오게 `콤팩트시티`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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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가 미래다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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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주차할 곳을 찾기 위해 2시간이나 헤매야 하는 달동네가 아직도 서울에 많습니다. 사는 사람들은 힘든데 과거의 추억만 떠올리라며 개발을 보류하는 게 도시재생은 아닙니다."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도시재생을 좀 더 적극적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진정한 의미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수 출신답게 '도시재생'에 대한 본인 생각을 논리정연하고 차분하게 펼쳐 놓으면서도 때론 거침이 없었다. 최근 출입기자 간담회에선 "구시대 이분법적 패러다임을 갖고 서울시 주거복지를 운영하려니 복장이 터진다"면서 각종 규제에 대한 답답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젠트리피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하지만 본래 의미는 낙후된 구도심이 활성화돼 살기 좋은 '고급지역으로 바뀐다(gentrify)'는 뜻이다. 도심 밖으로 나간 젊은 층을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살기 좋은 '콤팩트 시티'를 만드는 데 대한민국의 국가 운명이 걸려 있다.

―무엇이 문제였나.

▷도심을 버리고 외곽으로 나가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1987년 처음으로 신도시가 만들어진 이후 각종 신도시가 도심 외곽에 생겼다. 싼 땅값으로 도시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곽과 기존 도심을 연결하려니 지하철과 도로 등 엄청난 인프라 비용이 들어간다. 도심에서 좀 더 빡빡하게 '콤팩트 시티'로 살면 놓지 않아도 될 인프라를 놓다 보니 결국 수조 원대 비용이 들었다.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하나.

▷도심은 도시의 심장이다. 도심이 새로운 혁신의 거점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도시를 어떻게 충전할 것인가의 문제다. 결국 콘텐츠가 중요하다. 도심에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다. 이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사업이 필요하다. 그때 공공이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공공디벨로퍼로서 SH공사 역할은.

▷공공디벨로퍼도 결국 개발업자다. '공공'디벨로퍼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공공이 개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겠다는 취지다. 도시를 어떻게 의미 있게 만들지는 디벨로퍼에 달려 있다.

―SH공사의 도시재생 철학은 무엇인가.

▷지금은 재개발과 대규모 정비사업의 반대 개념이 재생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획일적이고 이분법적인 정의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주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기존 도시 역사와 구조를 살리는 게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기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재생은 아니다.

―개발도 재생의 일부라고 보나.

▷당연하다. 도시재생도 결국 개발사업이다. 대표적 재생사업인 영국 런던의 도크랜드 사업도 결국 다 철거하고 새로 지은 것이다.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도 전면 철거하고 만들었다. 물론 지역 관계자들 보상에만 17년이 걸렸다. 모두 개발업자들이 이뤄낸 일이다. 그런 사례들은 도시재생이라 부르면서 똑같은 일을 우리가 하면 뉴타운이고 재개발이 된다.

―도시재생의 이분법적 인식의 문제점은.

▷의견 수렴과 '현상 유지'에 얽매이다 보면 도시재생 사업장이 대규모 철거 방식 개발에 대한 반대 논리로만 존재하지, 실체가 없다. 또 이미 훼손되고 슬럼화로 인해 주민이 떠난 지역을 존치하자고 하게 된다. 사업성이 없고 안전진단 D등급 이하를 받은 그대로 방치하는 게 도시재생이라 할 수는 없다. 지금 우리는 '보존'이라는 프레임에 너무 갇혔고 '개발'에 대한 거부 반응(알레르기)이 있어 지나치게 조심스럽다.

매일경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물론 백사마을 등 보존 가치가 있는 지역이 있다. 그러나 너무 오래 방치돼 기본적인 시설과 인프라가 없는 지역도 많다. 그런 곳은 정비사업이 먼저다. 아무리 도시재생을 한다 해도 기본적인 재정비 사업을 안 할 수는 없다. 도시정비 같은 기초 작업을 하지 않고 재생 관련 계획만 수립하는 형태로는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한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민간 디벨로퍼와의 차별화는.

▷우리는 지금 관리·운영형 디벨로퍼가 거의 없다. 민간 디벨로퍼 대부분은 주택 시공과 단기 분양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일본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향후 100년간 이 건물을 관리·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계획한다. 그런 의미에서 SH공사라도 타운매니지먼트 역할을 수행하고자 공공디벨로퍼로서의 기치를 든 것이다.

―가든파이브 등 공공디벨로퍼가 사업을 주도했다 실패한 사례가 많은데.

▷물론 실패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리의 주도적 판단으로 사업을 했다기보다는 정치적인 환경과 서울시 요청에 의해 투입됐다. 이후 당시 드러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만의 주도적 사업모델을 만들고, 부동산개발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민간 개발업체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공공디벨로퍼는 행정적으로 각종 공공기관들과 소통하기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SH공사가 이룬 성과는.

▷수익형 부동산 리츠방식인 서울리츠를 꼽을 수 있다. SH공사는 주거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재정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창의적 모델인 서울리츠를 개발했다. 서울시 정책으로 채택되도록 했고, 서울리츠를 통해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디벨로퍼로서 여러움은.

▷지방분권화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방 공기업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국가 공기업 대비 차별적 요인으로 지역 맞춤형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별이 있나.

▷주택도시기금법 '주택계정'은 LH 등 국가 공기업만을 직접적인 투자·출연 대상으로 규정해 지방 공기업은 접근이 어렵다. 공공의 도시재생 참여가 필요한 지역에 대한 기금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이 필요하다.

[김기정 기자 / 김강래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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