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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노트북을 열며] 가장 강력한 대선 징크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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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정하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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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개헌 이후 2012년 대선까지 6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정치권엔 여러 가지 대선 징크스가 생겨났다. 그중엔 단순히 우연에 불과해 머잖아 깨질 징크스가 있는가 하면 나름대로 근거가 있어 오랫동안 이어질 징크스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깨질 가능성이 있는 징크스 중 하나는 ‘안경 징크스’다. 87년 대선 때부터 안경 쓴 후보가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지난 20일 발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6위의 후보 중 5명(문재인·안희정·이재명·홍준표·유승민)이 안경을 썼다. 안경을 안 쓴 사람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유일하다. 안 전 대표는 ‘안경 징크스’를 굳게 믿겠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차기 대통령은 안경을 쓸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후보 선출 순서’ 징크스도 깨질 가능성이 있다. 87년 대선 이후 가장 후보를 먼저 선출한 당(교섭단체 기준)의 후보가 언제나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이번엔 바른정당(3월 28일)-자유한국당(3월 31일)-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4월 초) 순서로 당 후보가 결정된다. 현재 바른정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이 징크스도 20대 대선 때는 옛날얘기가 될 수 있다.

반면 ‘미국 대통령 징크스’는 이번에도 재연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빌 클린턴 정부 때 한국 김영삼 정부, 조지 W 부시 정부 때 김대중·노무현 정부, 버락 오바마 정부 때 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92년 이후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의 정치 성향은 계속 엇갈려 왔다. 따라서 지난 1월 강력한 우파 노선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은 민주당엔 행운의 징조인 셈인데 공교롭게 지금 후보 지지율도 민주당 측이 압도적 우위다.

‘충북’ 징크스도 있다. 87년 대선 때부터 충북에서 이기지 못한 후보는 반드시 낙선했다. 경기도와 인천도 마찬가지 경우이긴 한데 수도권은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유권자 비중이 전국의 3%(2012년)밖에 안 되는 충북이 꾸준히 대선의 리트머스지 역할을 해 온 건 흥미로운 대목이다. ‘충북’ 징크스는 우연의 반복이 아니라 충북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여서 이번 대선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은 커 보인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강력한 대선 징크스는 ‘승자의 저주’ 징크스가 아닐까 싶다. 누가 당선돼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징크스 말이다. 이건 단지 개인의 불운이라기보단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구조적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요즘 각 당에선 대선 후보들이 무더기로 나와 “전임자들은 다 실패했어도 나만큼은 박수받으며 청와대를 나올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걸 보면 혹시 이 중 한 명 정도에겐 이 비극적 징크스를 끝낼 행운이 깃들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기대가 무너져도 담담하게 체념할 수 있을 만큼의 ‘비관적 희망’이 적당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김정하 정치부 차장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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