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경선이 과열되면 본선의 치열함을 능가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특히 집권 가능성이 높은 정당일수록 그렇다. 지금 민주당이 그런 상황이다. 민주당 후보만 되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니 1~2위인 문·안 후보 간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다. 안 지사의 '질리고 정떨어지게 한다'는 말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안 지사의 언급에서 유념해 봐야 할 점이 있다. 실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 전 대표는 지지율 1위이지만 호감을 갖는 국민보다 비호감을 느끼는 국민이 더 많다. 안 지사는 반대다. 통상 지지율과 호감도는 비례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 전 대표는 그렇지 않다. 쓸어버리고, 백지화하고, 뒤집겠다는 생각만 많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긍정적 비전은 잘 안 보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안 지사 역시 친노 출신이다. 그런 그조차 문 전 대표를 공격했다가 지지자로부터 '가죽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비난을 받았다. 조금이라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그 리스트를 유포해 문자 폭탄과 욕설을 의미하는 '18원 후원금'으로 공격하는 식의 행태는 안 지사에게조차 예외가 없다. 안 지사가 아니라도 누구든 이런 공격을 당하게 되면 '질겁하고 정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문 전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안 지사를 두 배 이상 능가한다고 한다. 문 전 대표 열성 지지층은 상대를 질리고 정떨어지게 만드는 주의·주장을 선호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가 집권할 경우 좋은 대통령, 좋은 정부가 되느냐는 이 열성 지지층과 거리를 둘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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