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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安 지사 "文, 사람 질리게 한다"가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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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친문(親文) 진영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대연정' '이명박·박근혜도 선의'(안희정), '전두환 표창'(문재인) 등 서로의 발언을 놓고 충돌해 왔다. 그와 관련해 안 지사는 "문 후보는 끊임없이 나의 발언을 왜곡하거나 왜곡된 비난에 편승해서 교묘히 공격했다. 심지어 나의 침묵까지 공격했다"며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들이 비난당하는 것은 모두가 다 마타도어이며 부당한 네거티브라고 상대를 역공한다"고 했다. 그는 또 "문 후보와 캠프의 이런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해왔다"고 했다.

당내 경선이 과열되면 본선의 치열함을 능가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특히 집권 가능성이 높은 정당일수록 그렇다. 지금 민주당이 그런 상황이다. 민주당 후보만 되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니 1~2위인 문·안 후보 간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다. 안 지사의 '질리고 정떨어지게 한다'는 말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안 지사의 언급에서 유념해 봐야 할 점이 있다. 실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 전 대표는 지지율 1위이지만 호감을 갖는 국민보다 비호감을 느끼는 국민이 더 많다. 안 지사는 반대다. 통상 지지율과 호감도는 비례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 전 대표는 그렇지 않다. 쓸어버리고, 백지화하고, 뒤집겠다는 생각만 많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긍정적 비전은 잘 안 보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안 지사 역시 친노 출신이다. 그런 그조차 문 전 대표를 공격했다가 지지자로부터 '가죽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비난을 받았다. 조금이라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그 리스트를 유포해 문자 폭탄과 욕설을 의미하는 '18원 후원금'으로 공격하는 식의 행태는 안 지사에게조차 예외가 없다. 안 지사가 아니라도 누구든 이런 공격을 당하게 되면 '질겁하고 정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문 전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안 지사를 두 배 이상 능가한다고 한다. 문 전 대표 열성 지지층은 상대를 질리고 정떨어지게 만드는 주의·주장을 선호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가 집권할 경우 좋은 대통령, 좋은 정부가 되느냐는 이 열성 지지층과 거리를 둘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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