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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단독] 대기업 은근슬쩍 제3자 신주발행…2주전 공고 준수 21%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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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상법 '2주 전 공고 의무' 이행 안해

대기업들 법 허점 이용 정관 개정



상장사들이 기존 주주 이외의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때 2주 전 공시 의무를 면제하는 자본시장법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액주주 등은 자신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데도 이에 대응해 법적 권리를 행사할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대기업들은 법령 허점을 이용해 제3자 배정을 기존 주주에게 알리지 않고도 할 수 있게 하는 정관을 주총에 잇따라 상정하는 추세다.

22일 <한겨레>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공시 현황’ 자료를 보면, 2013년 4월5일부터 올해 3월10일까지 신주를 배정받은 제3자가 주식대금을 납입하기 2주(14일) 전까지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거의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정공시를 하거나 유상증자 철회 등을 뺀 전체 568건 중 ‘2주 전 공고’ 의무를 준수한 경우는 119건(21%)에 불과했다. 심지어 제3자가 배정받은 주식의 대금을 납입한 뒤에야 공시가 이뤄진 경우도 5건이나 된다. 공시 의무를 위반한 449건 중 신주를 배정받은 제3자가 주식대금을 납입하는 동시에 공시를 한 경우가 119건으로 가장 많았다. 납입 하루 전 공시를 한 경우는 107건, 이틀 전 공시는 34건, 사흘 전 공시는 38건 등으로 집계됐다.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제3자에게 배정할 경우 총 주식수가 늘어나 소액주주를 비롯한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상법은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땐 “2주 전에 공고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하지만 2013년 재계의 요청으로 주요사항보고서가 금융위원회에 제출돼 거래소에 공시되는 상장사는 상법상 2주 전 공고 의무를 면제해주는 조항이 자본시장법에 신설됐다. 이를 근거로 대다수 기업은 2주 전 공고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예외 허용은 상법상 기존 주주에게 보장된 ‘신주발행 유지청구권’(424조)을 사실상 사문화시켰다. 신주발행 유지청구권이란 기존 주주가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회사에 신주발행을 중지할 것을 요구할 권리다.

이에 대기업들은 ‘신주 제3자 배정 통지’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 조항을 회사 정관에 담으려 하고 있다. 24일 결산 주주총회를 여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 롯데칠성, 씨제이(CJ)계열 3사(씨제이, 씨제이이앤엠, 씨제이헬로비전), 한화 금융계열 3사(한화투자증권,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8개 상장사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이에 의결권 자문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 안건에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8일 이를 차단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류이근 한광덕 기자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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