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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사설] 박근혜 구속 여부, 검찰은 법과 원칙만 따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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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21시간30분 만인 22일 오전 귀가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을 불러온 국정농단 사건을 놓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벌써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 구속·불구속 여부를 놓고 이래라저래라 검찰을 압박하고 있는데 온당치 않은 일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박 전 대통령 구속과 관련해 역풍이나 보수층 결집 등 자의적 판단을 하는 것은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는 구속을 주장하는 데 비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주자는 '불구속 수사가 바람직하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가 5월 9일로 예정돼 있고 공식 선거운동이 다음달 17일부터 시작되는 정치 일정이 변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통령 선거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려면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를 공식 선거운동 이전에 하거나 아니면 대선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시각인데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검찰 수사는 여론이나 정치적 일정·유불리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 왔고 그런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과 물증, 관련자 진술을 따져 재판에 넘기고 법원 판단을 구하면 될 일이다.

일각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최순실 씨를 비롯해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구속됐으니 형평성을 위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불구속 수사 원칙도 되새겨야 한다. 구속영장은 도주나 증거 인멸이 우려될 때 예외적으로 청구하는 것이지 그 자체로 피의자를 처벌하거나 망신을 주는 수단으로 동원해선 안 된다. 마치 구속을 많이 할수록 엄정하게 수사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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