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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이슈터치] 대우조선해양, 제2의 하이닉스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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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인고의 세월끝에 부활한 하이닉스, 대우조선에 시사점

뉴스1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허경 기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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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명훈 기자 =
대우조선해양 처리 방안을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살리자니 너무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그렇다고 문을 닫아 버리기에는 피해가 너무 크다. 처리 방안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다. 처음에는 아예 문을 닫는 방안까지 거론이 됐지만 회생 쪽으로 가닥이 잡힌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23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우선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4월 4400억원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만 9400억원에 이른다. 조선업 불황이 더 깊어진다면 회생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불과 1년 반전 4조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밑 빠진 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확히 어느 정도의 자금을 투입하면 살아날 수 있는 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조선업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다른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남아 있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을 긴 안목에서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같은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대표 사례가 바로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17조1980억원, 영업이익 3조28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9%에 이른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영업이익이 5조원을 뛰어넘었다.

SK하이닉스가 백조로 변신하는데 성공했지만 ‘미운 오리’였던 시절도 있었다. 1999년 LG반도체를 흡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운 게 화근이 됐다. 합병으로 부채는 17조원으로, 차입금 규모도 12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도체 업계의 치킨 게임이 시작되면서 D램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이듬해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사명을 바꾸고 통신단말기 부문을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였지만 혼자 설 수 없는 지경이었다.

결국 채권단은 2001년 6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채무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마이크론과 체결했던 매각 계약이 이사회에서 부결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 이후 하이닉스는 2008년부터 매각 작업에 나섰지만 두 차례나 쓴 맛을 봐야 했다. 2012년 SK그룹의 품에 안기며 화려하게 부활하기까지 무려 12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당시 채권단은 하이닉스 매각으로 1조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고 대표적인 구조조정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SK하이닉스는 닮은 구석이 적지 않다. 기술력이 대표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의 LNG선박과 방산 분야 기술력은 업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이들 분야의 매출 비중이 70%에 달해 조선업 시황만 개선된다면 회생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이 배워야할 점도 적지 않다. 하이닉스는 2001년 ‘블루칩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투자금액의 3분의 1 수준으로 신공정기술을 개발했다. 또 2004년에는 200mm 웨이퍼 설비를 개조해 300mm 웨이퍼 공장을 건설하는데 성공했다. 공장 건설에 투입된 자금은 5분의 1인 2000억원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결과다. 대우조선해양도 채권단 지원에 상응하는 자구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제2의 하이닉스’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치 않다. 하지만 일자리 측면에서 본다면 채권단의 지원결정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미 전세계는 일자리 전쟁에 돌입했고 이를 위해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직접 고용한 인력은 1만2500명 수준이다. 여기에 조선소 작업장에서 함께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을 더하면 4만명 정도가 대우조선해양 덕분에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본다면 16만명의 생계가 달려 있는 셈이다.

여기에 외부 협력업체와 조선소 주변의 상가와 음식점 등에 고용된 인원을 더하면 그 숫자는 더 불어나게 된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에 지원되는 자금을 다른 곳에 쓴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mh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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