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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런던은 없다” 브렉시트에 새 금융허브 노리는 유럽의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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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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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바클레이즈 등 영국계 대형 금융기관들이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고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미국계 대형 금융기관도 유럽본부가 런던에 있다. 지난해 런던은 전체 세계외환거래에서 37.1%를 처리해 19%의 미국 뉴욕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지켰다. 하루에 거래되는 외환 규모만 2조 달러. 유럽연합(EU) 전체 거래의 78%를 차지한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도 런던이 세계 금융 중심지로 남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브렉시트 직후부터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은 파리나 프랑크푸르트 이전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금융시장 패스포팅’ 권리까지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금융시장 패스포팅이란 EU 회원국 중 한 곳에 본사나 지사를 두면 역내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브렉시트 때문에 전에 없던 거래 장벽이 세워진다면 국제금융기관들 입장에서도 런던에 남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된다. 금융기관들의 ‘탈런던’ 행렬이 현실화한다면 런던의 위상 추락은 물론 일자리 수만개까지 없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브렉시트 레이스’ 선두는 프랑크푸르트

브렉시트 이후 런던을 대체할 새로운 세계 금융 중심지 자리를 놓고 유럽 각국 주요 도시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아일랜드 더불린 등이 현재로선 경쟁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이들 도시들의 장·단점을 소개하면서 “일자리 빼앗기를 위한 브렉시트 레이스의 선두주자는 프랑크푸르트”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EU의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유럽중앙은행(ECB) 본부가 있다는 게 프랑크푸르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존 맥팔레인 바클레이즈 회장은 “금융활동은 시간이 갈 수록 중심부의 중력에 끌려들어간다. 프랑크푸르트의 ECB 본부가 이런 사례”라면서 “프랑스인들은 믿지 못하겠지만 독일이 경쟁에서 많이 앞서있다”고 말했다. 런던의 금융기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로비를 벌이고 있는 프랑크푸르트 시 관계자는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 5곳 중 3곳이 프랑크푸르트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스위스, 한국, 일본 그리고 인도 은행 1곳 씩도 이미 우리 도시를 최우선 이전 대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5년 안으로 금융 관련 일자리 1만개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독일의 노동법을 엄격하다고 여기는 것은 불안요소다.

■열성은 1등 파리, 반금융 정서가 약점

2위권을 달리고 있는 더블린은 런던과 같은 영어를 사용하며 법체계도 유사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도시 규모가 작다. 금융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주거공간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리는 런던의 금융기관을 빼오는데 가장 열성을 쏟고 있는 도시다. 지난달에는 2021년까지 파리 서부 외곽 지역 37만5000㎡ 규모의 부지에 새로운 금융지구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FT는 파리의 문화적인 매력도 이전 대상지를 고민하는 금융기관들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파리는 세금이 세다. 전통적으로 금융업을 반기지 않는다는 프랑스의 국가이미지도 발목을 잡는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과거 “나의 진정한 적은 금융계”라고 말한 적이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폴란드 바르샤바, 룩셈부르크는 욕심은 있지만 가능성은 낮은 도시들로 분류됐다. 다만 룩셈부르크는 자산운용과 보험 분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봤고, 바르샤바는 은행들이 사무직을 저비용 국가로 옮기면서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아예 유럽 바깥의 미국이나 아시아의 홍콩, 싱가포르도 대안으로 거론됐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및 규제 감축을 약속했다는 것, 홍콩과 싱가포르는 갈 수록 커지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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