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버려진 신생아 '사산'추정…생모 처벌 못할 수도

첫 호흡 때부터 법적 '사람'…사산이면 영아유기치사 적용 못 해

상가 여자화장실 변기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신생아에 대한 부검결과, "사산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와, 아기를 유기한 생모는 현행법상 처벌 조항이 없어 죄을 면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신생아가 임신 중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전달받아,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한 친모 A(45·여·지적장애 3급)씨를 일단 석방했습니다.

A씨는 21일 새벽 수원시 장안구 한 복합상가건물 1층 여자화장실에서 출산한 뒤 갓 태어난 딸을 변기 안에 버려 숨지게 한 혐의로 같은 날 오전 10시께 긴급체포됐습니다.

발견 당시 아기는 탯줄이 그대로 달린 채 변기 안에서 숨져 있었습니다.

경찰은 부검결과 A씨가 이미 숨진 아기를 출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1차 소견이 나옴에 따라, 긴급체포 당시 적용한 영아유기치사 혐의로는 공소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 법은 출산 후 첫 호흡한 상태부터 법적 '사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태어날 때 이미 사망한 아기는 '영아'로 볼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더구나 숨진 신생아를 변기에 버린 행위에 대해서도 사체유기죄를 적용할 수 없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사체 유기는 살아있다가 사망한 사람의 신체를 버린 경우 적용이 가능한 범죄여서, 애초 법적 '사람'으로서의 지위를 얻지 못한, 사산된 신생아를 버린 행위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경찰은 임신 중 A씨가 스스로 낙태를 목적으로 약물 등을 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보고,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형법상 자기낙태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를 석방해 불구속 상태에서 보강 수사를 벌이면서 국과수 정밀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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