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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숨 죽인 맹골수도, 침몰 3년 '세월호' 부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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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22일 세월호 선체 시험인양, 본인양 조짐↑…긴장감 도는 진도 앞바다]

머니투데이

22일 오후 세월호 침몰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 소속 재킹바지선 선원들이 세월호 시험인양작업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시험인양 후 본인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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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체 인양을 앞둔 22일 새벽. 전남 조도면 맹골수도 해역에는 적막이 흘렀다. 바람이 찼지만 소조기(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작은 때)임을 증명하듯 물결은 잔잔했다.

침몰현장에서 1~1.2㎞ 떨어진 작업지원선 '선첸하오'(深潛号)만이 깜깜한 밤바다를 밝혔다. 약 3년 만에 선체 인양을 앞두고 모두가 숨죽인 분위기였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사전에 협의한 일부 취재진에게 선첸하오 승선을 허락했다. 선첸하오는 해수부와 세월호 인양작업 계약을 한 중국업체 상하이샐비지가 보유한 다목적 선박이다.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재킹바지선이 선체 인양을 시도하는 동안 후방작업을 지원한다. 재킹바지선은 인양 전용 작업선으로 펌프로 유압을 발생시켜 인양줄을 당기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른 아침 취재진을 맞은 선첸하오 중국 선원들 얼굴에는 긴장감이 뚜렷했다. 웃음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취재진이 선박 꼭대기 층에 위치한 상황실에 들어서자 마지못해 참관을 허락하면서도 "사진은 찍지 말라"(No picture·노 픽처)며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요한 날이다 보니 다들 신경이 많이 쓰이는 듯하다"며 "취재할 때도 가급적 소리를 줄여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먼바다 시야는 구름으로 다소 흐렸지만 선첸하오 선박에 부딪치는 파도는 1m 미만으로 낮았다. 바람도 크게 강하지 않았다. 갑판에 걸린 중국국기(오성홍기)가 축 늘어진 채 이따금 살랑거리기만 할 정도였다.

해수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험인양을 시작했다. 시험인양은 세월호 선체를 해저면에서 1~2m 살짝 들어올려 하중배분 상태, 와이어 이상 유무 등을 확인하는 조처다. 시험인양 결과 문제가 없으면 바로 본인양에 착수해 세월호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는 당초 이날 오전 8시쯤 시험인양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30분 이상 늦게야 작업 확정 사실을 발표했다. 2∼3일치 기상상황 등 작업환경을 최종 분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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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시험인양이 시작된 2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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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인양과 동시에 선원들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주황색 작업복에 흰색 안전모를 쓴 상하이샐비지 선원들은 바쁘게 갑판 위를 오가며 장비를 점검했다. 진도 앞바다를 바라보는 상황실 선원의 모습에서 초조함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침몰해역에 뜬 재킹바지선은 선첸하오 갑판에서 손바닥 한 뼘 정도 크기로만 보여 실제 선상에서 어떤 작업이 이뤄지는지 알기 어려웠다. 선원들도 인양작업과 관련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말을 아꼈다. 다만 선첸하오와 재킹바지선 주변에서 끊임없이 항해 중인 10여척의 방제선이 인양 준비가 한창임을 가늠케 했다.

본 인양을 염두에 둔 움직임도 보였다. 오전 10시쯤 선첸하오 옆에는 예인선 3대가 모여 해당 작업자들이 1시간 이상 인양작업에 필요한 현장 지침 등을 교육받았다. 예인선은 재킹바지선이 세월호를 물 위로 올리면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까지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 본 인양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 임무다.

최대 변수는 날씨다. 바다는 육상보다도 기상 변화가 훨씬 빨라 날씨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인양작업 자체를 할 수 없다. 세월호 선체 인양은 파고 1m, 풍속 10m/초 이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해수부는 지난 19일에도 시험인양을 시도하려다 파고가 최대 1.7m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자 곧장 작업을 취소했다. 이날 오전 6시 호주 기상전문업체 OWS가 22~24일 진도 사고해역 기상을 '파고 1m, 풍속 10.8m/초 이내'로 예보한 만큼 현재로서는 안정적 작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본 인양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세월호 선체는 작업 착수 6~8시간 뒤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10~11시간이면 완전히 부상한다. 최초 인양부터 목포신항에 최종 거치하는 데까지 기본 13일이 소요된다. 돌발상황에 대비한 예비일까지 추가하면 일정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날 선첸하오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이 탑승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안전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대신 유가족 등 총 43명은 당일 1600톤급 어업지도선을 타고 침몰해역 약 1.6㎞ 바깥에서 인양 현장을 지켜본다.

진도(전남)=공동취재단·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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