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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대한민국 새출발, 거버넌스 혁신]<7>기재부 개혁, '미래'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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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기획재정부 개편 논의가 뜨겁다. 정치권·정부·학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지만 핵심은 하나다. '공룡부처' 기재부 역할을 분산해 전문성·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기재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직해 경제 전체를 챙기는 구조로는 국가 발전이 제자리걸음을 면할 수 없다. 변화한 환경과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하며, 첫걸음은 경제를 총괄하는 기재부 개혁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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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에 '초'집중된 업무…전문성·효율성 떨어져

기획재정부가 소관 업무를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쉽지 않다. 기획·재정·예산·조세·공공 등 경제 전반 업무가 기재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매년 국가 예산을 편성하고 세제를 개편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부처 간 업무조정, 공공기관 관리, 국유재산 관리, 배출권거래제 업무까지 모두 기재부 역할이다.

처음부터 이런 구조는 아니었다. 기재부는 1948년 재무부로 탄생해 70년 동안 기능을 '뗐다 붙이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다. 지금의 기재부 모습을 갖춘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이다. 이명박 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기획재정부를 만들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들어 기재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직, 기재부 역할을 강화했다.

기재부 역할이 비대해지면서 견제가 어려워지고, 전문성·효율성 저하 문제가 생겼다.

대표 사례가 실물경제다. 예산·세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재부가 경제정책 전체를 컨트롤 하면서 실물경제 관리가 소홀했다. 생산·소비부진, 고용악화 등 다양한 경제 현상을 예산·세제 수단으로만 접근하면서 경기 침체 국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몇 번의 중요한 시점에서 정책적 실기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 경제가 지금처럼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더해진다. 각종 지표에만 집착한 나머지 실물경제에 대한 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증가한 가계부채, 조선·해운 등 주력산업 대처에서 아쉬움이 크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2014년 취임 직후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었다. 가계부채 증가 지적이 나왔지만 아무도 기재부를 견제하지 못했다. 기재부는 당장 경제지표 개선이 시급했다. 우려대로 가계부채는 급증해 지난해 1344조원을 기록했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조선·해운업 악화에도 기재부 대응은 느렸고, 정밀하지 못했다. 뒤늦게 구조조정 지원에 나섰지만 기재부가 내놓은 대안은 결국 '세금 투입'이었다.

전문성·공정성이 필요한 일부 업무는 다른 부처, 전문기관에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공기관 관리 업무가 대표적이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기재부 중심으로 운영해 낙하산 인사가 생기고, 공공기관 경영 평가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는 잠시 줄어드는 모습이었지만 최근 다시 늘고 있다. 시민단체인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간 임명된 44명의 공공기관장 중 24명(54.5%)이 전직 관료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공운위를 기재부에서 분리해야 한다”며 “공공부문 관리를 전담하는 독립 정부기관을 설립해 정권 교체에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부처 과장급 직원은 “기재부가 비대해 부처 간 업무 중복, 비효율 문제가 발생한다”며 “다수 부처가 관련된 업무의 총괄·조정 역할은 국무조정실과 중복되고, 미래창조과학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대신 기재부가 첨단산업 정책을 주도하면서 효율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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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개편, '미래혁신'에 초점 맞춰야

기재부 일각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성이 부족한 업무는 다른 부처·기관에 나누고 기재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개편이 과거처럼 분할·통합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발전이 없다.

기재부 과장급 직원은 “예컨대 첨단산업 업무를 기재부가 주도하면 진흥과 규제 모두를 고려해 중립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전담 부처나 기관보다 전문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 업무를 효율적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며 “다만 과거처럼 업무를 쪼개거나 붙이는 수준이 아닌 미래를 고려한 중장기 개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기재부 개편 논의는 구체화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당 차원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목소리는 제각각이지만 기재부 개혁과 정부조직 개편은 '시대 요구 반영'과 '미래 대비'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을 함께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정부 조직개편안을 주도하는 더미래연구소는 최근 '제대로 된 정부를 위한 차기 정부 조직개편' 토론회 자료에서 기재부와 관련해 “거대 공룡조직의 분화가 필요하다”며 기재부 개편 1안과 2안을 내놨다.

더미래연구소는 개편 1안으로 예산·조세·국고 등을 합쳐 국가재정부를 설립하고, 국제금융·국내금융을 결합해 금융부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2안으로 예산과 기획을 분리해 기획예산처를 설립하고, 세제·금융 등 나머지 부문을 묶어 재정금융부를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1안과 2안 모두 시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 역량 강화가 필요하며, 기재부 기능 분산으로 전문성·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홍일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론회 발제문에서 “기재부 등 일부 권력기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축소·분산해야 한다”며 “동시에 책임총리제의 실질적 운용, 부처 장관의 책임성·자율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정당도 세부 대안은 다르지만 현행 정부 조직 체계를 개편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토론문에서 “정부 조직개편은 관료사회의 고정관념과 틀을 깨는 획기적 전환점, 즉 정부 혁신 시발점이 돼야 한다”며 “국가전략기능을 종합 수행하는 부처를 신설해 국가 중장기 미래 기반의 예산 편성, 재정운용전략, 대내외 전략을 맡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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