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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나는 가지 않는 당신의 관광지’…딜레마에 빠진 명동 ‘사드 폭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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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시 지난해 ‘지속가능한 명동 발전 방안’ 보고서

‘명동성당’ ‘서울중심가’ ‘외국인 관광객’ 꼽아

대표 관광지·상권 이미지…방문은 추천않아



한겨레

지난달 서울 명동 중앙로를 걷고 있는 시민들.


서울 명동은 서울 시민들에게 어떤 곳으로 각인되어 있을까. 거칠게 추리자면, ‘나는 가고 싶지 않은 당신들의 관광지’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명동성당’을 주요 이정표로 꼽지만, 그곳을 ‘종교적 성지’로 보는 이들은 드물다는 결과도 있다. 공히 ‘딜레마에 빠진 명동’이라 할 법하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하며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 관광을 금지하면서 명동은 다시금 활기를 잃을 우려가 커졌다. 서울시가 명동의 활로를 찾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지만, 해법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서울시가 시민 1901명에게 ‘명동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명동의 대표적인 장소 10곳과 이미지 10가지 등 20가지 중 하나를 고르라고 묻자, 명동성당을 1순위로 고른 이들이 52.7%(1001명)였다. 전체 2위는 9.4%(179명)가 응답한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다음으로는 서울 중심가 7.5%(142명), 화장품가게 6.6%(126명), 많은 사람 5.9%(112명), 명동 맛집 4.3%(81명) 등의 순서였다.

장소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 10곳은 명동성당, 명동 맛집, 화장품가게, 명동 롯데, 명동 호텔, 9번 거리, 지하상가, 국립예술 상가, 영화관, 은행건물이었다. 이미지 10가지는 외국인 관광객, 서울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 서울중심가, 명동 데이트, 중국어 안내 간판, 크리스마스 길거리 음식, 많은 사람, 상인들의 호객행위, 종교인들의 전도행위 등이었다.

시민들은 명동을 대표 관광지나 대표상권이라고 인식하면서도 방문 의사는 없다고 했다. 서울의 대표 관광지나 대표상권이라는 인식은 5점 만점에 3.74점으로 가장 높았다. 명동성당을 주요 건물로 꼽았지만, 명동을 종교적 성지로 인식한다는 대답(3.39점)은 많지 않았다. 또 명동을 관광지로 추천하겠다는 의견은 3.15점에 그쳤고, 명동을 자주 방문할 예정은 2.9점밖에 되지 않았다.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이라는 대답은 2.85점에 불과했다. 명동이 시민들을 위한 매력적인 공간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한국인의 명동 이용률은 눈에 띄게 줄었다. 명동의 지하철 이용객은 2011년 1일 평균 10만9409명에서 2013년 10만3170명, 2015년 8만3357명으로 줄었다. 명동을 멀리한 대표적 이유는 명동의 급격한 외국인용 관광지화와 함께 명동 상권의 쇠퇴와 관련이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패션시장의 붕괴와 강남, 신촌, 홍대 앞 등 대체 지역의 성장을 꼽는다. 2009년 이후 3000㎡ 이상 매장에서 음악을 틀면 공연료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므로 거리에서 음악 소리가 사라진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가 없어지면서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라는 상징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 명동을 방문한 시민들은 상인 친절도, 도보 환경, 거리안내 표지판, 주차장이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 벤치, 식당, 노점 음식 등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5점 만점에 3점 이하 점수를 매겼다. 특히 주차나 화장실은 1.78점으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실제로 명동 활성화를 막는 저해요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차장 등 기반시설의 부족’이 602명(31.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인, 주민, 지주 등 이해관계자의 갈등과 추진 의지 부족이 19.4%(368명), 높은 땅값, 임대료 19%(362명) 순서였다.

서울시민은 명동의 과제로 어떤 것을 꼽았을까. 매력적인 공간의 창출에 대한 요구가 강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매력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응답이 30.8%(585명)로 1위였다. 이어 문화예술 공간 기능 강화 23.9%(455명), 주변 지역 연계 신성장동력 창출을 통한 경제체질의 개선 20.5%(390명), 관광특구 기능 강화 20%(381명) 등이었다.

이 조사는 서울시가 한국관광개발원을 통해 지난해 1월29일부터 2월4일까지 서울시민 1901명 상대로 온라인으로 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 ‘도심부 도시재생과 연계한 지속가능한 명동 지역 발전방안’ 이름으로 발표한 용역보고서의 일부다.

조사를 주도한 김태헌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명동은 내국인에게 매력적인 관광지가 아니다. 조사에 다 담을 수 없었지만, 앞으로 내국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명동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명동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보려 했지만, 6개월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신성장정책팀 한정훈 팀장은 “보고서 내용이 관광산업 중심이라, 보고서에서 제안한 내용을 포함해 명동의 여러 발전 방안을 그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는 야간조명시설 설치, 명동역 3번 출구 용머리 조형물 등 랜드마크 설치, 공원 설치와 연계한 한류복합문화센터 조성, 와이파이프리존 지정, 거리패션쇼 등을 제안했다.

글·사진/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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