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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국무, 중국서 '사드로 한국 괴롭히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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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식통 "틸러슨, '사드 보복, 大國답지 않다'고도 말해"]

"訪中 공식 기자회견 열리기 前 中외교수장에 강한 유감 표명"

한국 온 美 6자회담 수석 대표, 대선주자 안희정·유승민 이어 문재인측 인사도 만날 예정

조선일보

국무장관 틸러슨, 6자 대표 조셉 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결정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괴롭히고(bullying) 있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21일 "틸러슨 장관이 다음 달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의식해 방중 기간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사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 실제 미·중 외교회담에서는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와 관련 방한(訪韓) 중인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1일부터 대선 주자들을 잇따라 만나 이 같은 미국의 기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 "사드 보복 대국답지 못해"

틸러슨 장관은 방중 기간 중 "사드는 방어적 시스템인데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하다니 대국답지 못하다"는 강한 표현과 함께 "사드 배치는 한·미 동맹 차원의 결정"이란 말도 했다고 한다. 중국이 보복을 계속할 경우, 미국이 방관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도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충분한 제재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이 생각을 바꿀 정도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20일 열린 조셉 윤 특별대표와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 간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의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한다.

왕이 외교부장 등이 공개 석상에서 6자회담 재개를 거듭 주장한 것과 달리, 우 대표는 "(거듭된 북한의 도발로 인해)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 것을 우리도 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현재 상태에서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없으며 오히려 대선 후 한국 정부가 제재 대오를 흩트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셉 윤, 대선 주자 잇따라 면담

윤 특별대표는 21일 오전 8시쯤 서울 모처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조찬을 하고 이어 10시쯤 민주당 안희정 후보와 한 시간 동안 비공개 면담을 했다. 22일에는 민주당 문재인 캠프의 외교·안보 정책 그룹인 조병제 전 말레이시아 대사와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을 만날 계획이다. 미 대사관에 따르면 이번 만남은 윤 특별대표가 먼저 대선 후보 측에 요청했다.

윤 특별대표는 열 살 때 세계보건기구(WHO)에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간 이민 1.5세대다. 1985년 국무부에 입부했으며 노무현 정부 후반에서 이명박 정부 초반까지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정무참사관, 공사를 지내며 정치권 인맥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후보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설명해준 뒤 정보 수집 차원에서 국내 외교정책 기조에 대한 생각을 많이 듣는 편이었다"며 "유 후보 역시 북핵과 관련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했다. 안희정 후보 측은 "사드 배치를 전제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확신시키고 중국과도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론적 이야기가 있었다"며 "대중국 관계에서 한국이 허브가 돼 선제적으로 사업 제안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도 나왔다"고 했다. 앞서 문재인 캠프의 외교 정책을 담당하는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윤 특별대표를 따로 면담했다.

김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며 "특히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서라도 좀 더 제재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화라는 표현은 쓰지 않고 '제재+외교(diplomacy)'라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 교수는 당시 윤 특별대표에게 '사드 배치 문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라'는 문 후보의 주장이 반드시 사드 철회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득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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