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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盧 전 대통령의 '개성공단 조항'을 누가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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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의 인권 경제] 한미 FTA 5년 평가 <6>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 FTA 개성공단 조항을 특별히 의미있게 평가했다. 그는 2007년 4월 한미 FTA 타결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성공단 제품도 한반도 역외 가공 지역위원회 설립에 합의하여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앞으로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북한 전역에 이 근거에 혜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희망은 이루어지 않았다. 물론 한미 FTA 발효 후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있었다. 그리고 북한과의 교역을 불허하고 10배 이상의 고관세율을 규정한 14개의 미국의 법률과 수출규정(EAR)은 철옹성처럼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북한은 이미 한미 FTA 협상 중이던 2006년 10월에 1차 핵실험을 했다. 미국의 북한교역금지법령은 60년 전부터 있었다.

즉 처음부터 한미 FTA 개성공단 조항 공사는 절벽과 벼랑 위에서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시련이 예상되었다. 그럼에도 무엇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은 개성공단 조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을까?

그러나 처음부터 노 전 대통령의 꿈은 이루어질 수 없도록 한미 FTA는 만들어졌다. 거기에는 아무리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개성공단 제품에 한미 FTA가 적용될 수 없게끔 처음부터 장치가 있었다.

이것이 한미 FTA의 개별 장에 유일하게 있는, 부속서 22-나의 "legislative approval for any amendments to the Agreement" 조항, 즉 "한미 FTA 개정을 위한 입법적 승인" 조항이다.

이 의미는 개성공단 제품에 한미 FTA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한미 FTA 발효 후 따로 한미 FTA 개정을 위한 미국 의회의 승인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국 의회의 전 단계로, 미국 행정부가 이러한 개정을 할 것을 한미 FTA 발효 후 따로 동의해 주어야 한다. 이를 한미 FTA는 "unified consent", 즉 "일치된 동의"라고 했다.

이처럼 아무리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개성공단에 한미 FTA를 적용하지 않는다. 추가로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한미 FTA 발효 후, 미국 행정부가 개성공단 제품에로의 적용을 따로 동의해야 하고, 둘째 미국 의회가 이를 위한 한미 FTA 개정을 입법적으로 따로 승인해야 한다.

그런데도 왜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4월, "개성공단 제품을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두었다"고 국민에게 발표했을까?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개성공단 조항에 대해 그의 책에서 이렇게 썼다.

"내가 해결해야 할 개성공단 문제도 있었다. 미국 NSC에서 나온 관료에게 물었다. "자, 개성공단 문구, 내가 당신에게 지난 번에 두 가지 안을 줬는데, 어떤 것을 받으시겠습니까?" (…)예상대로 미국 측 직원은 두 번째 안을 수용했다."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김현종 지음, 홍성사 펴냄), 221쪽)

김 전 본부장이 미국에 주었다는 두 가지의 개성공단 문구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책에서 두 문구에 대해 "둘 다 개성공단은 대한민국의 원산지다라는 것을 골자로 하고"라고 썼다.(같은 쪽)

그러나 한미 FTA 개성공단조항은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은 결코 한미 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된다고 수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미 FTA가 발효된 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 결코 미국은 동의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적용을 논의할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는 2013년 11월과 2014년 11월 워싱턴에서 그리고 2015년 3월 서울에서 열렸다. 이 위원회에서 한국의 공무원들은 무슨 말을 했을까? 아무리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인정을 위한 제반 사항"을 논의했다고만 답했다. 그리고 끝났다.

한미 FTA 개성공단 조항을 통해 평화와 안보를 가져오려고 한 노 전 대통령의 계획은 무엇이었나? 그의 꿈은 이용당했는가?

오로지 시민들의 투쟁의 성과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들이 집권을 앞두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후계자들은 한미 FTA 개성공단 조항을 바로 잡아야 한다. 한미 FTA의 국민경제적 목표를 명확히 세워야 하며, 그것을 안팎의 난관 속에서 관철할 치밀한 수단을 벼려야 한다. 한미 FTA 하나만으로 남북한의 평화를 성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라는, 민족적이고 국민경제적인 과제를 외면하는 FTA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자 :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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